[신간] 가갸날,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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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갸날,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 출간
  • 신재호 기자
  • 승인 2018.05.3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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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서울 인문역사기행

[매일일보 신재호 기자] 서울은 무척 넓고 깊다. 서울은 삼국시대 초부터 우리 역사의 중심무대였다. 한성백제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고구려, 신라의 유적도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는 남경이 설치되었고, 조선 개국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수도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서울은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한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그 속에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원형질이며 빛나는 역사의 숨결이 스며있다. 개항 이후 서구문화의 유입과 함께 펼쳐진 근대문화유산 또한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대한제국의 멸망에 이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생채기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이 부려놓은 역사문화유산은 그 넓이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는 서울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서울의 문화유산은 안타깝게도 그 깊이와 넓이만큼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많은 문화재가 불타 없어졌고, 일제에 의해 훼절 왜곡되었으며, 한국전쟁의 참화를 견뎌야 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문화유산의 상당수는 개발논리에 밀려 원형을 잃고 말았다. 이런 연유로 서울의 문화유산은 상처투성이인 채 점으로 존재할 뿐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서울을 무대로 살아감에도 서울을 애틋한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요커, 파리지앵 같은 자부심이나 서울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도 크지 않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우리는 단지 서울에 살 뿐 서울을 잘 모른다. 서울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아직은 낮다.

6년에 걸쳐 테마가 있는 서울길 코스 개발

최근의 관심 콘텐츠는 ‘걷기’와 ‘스토리텔링’이다. 이에 발맞추어 서울에도 걷기 좋은 길이 부쩍 늘고 있다. 점으로 남아 있는 서울의 문화유산을 선으로 연결하고, 면을 만들고, 온전한 입체로 만들어야 할 때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역사적 상상력’이 결합할 때 그것은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학교’는 지난 6년 동안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 코스를 개발해왔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 수십 차례의 역사기행을 통해 내용을 검증하였다. 하나하나의 코스는 5시간 남짓 걷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그동안의 성과 가운데 10개의 코스에 살을 입히고 피를 돌게 해 세상에 내놓는다. 필자는 서울학 전도사이자 길 위의 스토리텔러로서 새로운 모습의 서울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최연 서울학교장이다.

사대문을 벗어난 지리적 스케일

이 책의 특징은 하나하나의 길이 주제를 지닌 걷기 코스라는 점과 사람들이 흔히 아는 사대문 안, 그리고 궁궐 위주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다.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산(內四山: 백악, 인왕, 낙산, 목멱)과 각각의 산이 품고 있는 마을(삼청동천, 옥류동천, 쌍계동천, 청학동천)을 하나하나의 테마로 다루는 스케일도 남다른데, 지리적으로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안산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한양의 우백호 산줄기며, 한강 너머 서달산과 옛 양천 고을의 강화길까지를 각기 독특한 테마길로 개발하였다. 서울 도심 기행을 ‘대한제국의 길’과 ‘기미년 만세운동 길’로 테마를 부여한 점 역시 눈에 띈다.

‘걷기’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특색 있는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이 서울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서울의 문화유산을 시민이 함께 복원하는 인문역사기행에 하나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싶다.

 이야기가 있는 서울길ㅣ최 연 지음ㅣ296면/국판ㅣ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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