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 52시간 시대 직장인 화두는 ‘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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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주 52시간 시대 직장인 화두는 ‘투잡’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5.28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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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을 때 ‘투잡하는 직장인 많아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야근과 휴일근무로 버는 돈이 상당하니 당장 줄어든 월급통장을 채우는 방법은 투잡뿐이니 말이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나보다. 요새 직장인들 사이에서 투잡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유를 알아보려고 관련기사 댓글들을 살펴봤다. 물론 드루킹 일당과 같은 댓글조작 세력이 없을 거라는 전제하에.

대기업에 다닌다는 A씨는 “이미 이번 달부터 주52시간 근무를 회사가 시행했는데 각종 수당이 다 없어지고 월급이 40만원 깎여서 나왔다”며 “살림하는 여성분들 카페글 살펴보니 남편들 월급이 적게는 30만~40만 원 많게는 무려 100만 원 삭감되는 분들이 꽤 계시다”고 했다.

제조업 종사자로 보이는 B씨는 “강제 잔업보다 자발적 잔업이 대부분이고 잔업 없으면 잔업 있는 회사로 옮기기까지 하는데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주 40시간 근무하고 200만 원을 받으면 주 60시간 일하면 350만 원이다. 잔업은 1.5배, 특근은 2배 시급이니까. 그래서 아이 키우는 가장들은 서로 잔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금수저가 아닌 한 근로시간 줄면 투잡이라도 뛰어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로 보이는 C씨도 “잔업을 해서라도 자식 학비에 학원비에 돈을 보태야하는데”라며 댓글에 자신의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는 ‘워라밸’이라거나 ‘저녁이 있는 삶’ 또는 ‘가정이 있는 삶’ 등 장밋빛 미래로 ‘일자리와 소득 나누기’라는 본질을 가리고 있지만 서민들은 정부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애초 최저임금이 두 배 가까이 뛰지 않는다면 ‘워라밸’은 실현 불가능이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는 대신에 ‘알바’를 뛰어야하니 말이다.

문제는 투잡 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알바 자리가 갈수록 줄어가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알바는 고작 대리운전. 그래선지 “저녁 있는 삶은 고사하고 밤도 없는 삶이 될 판”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야식은 김밥 한 줄 아니면 빵쪼가리다.

혹자는 이런 불평들이 과장됐다고 한다. 주5일근무제 도입 때를 돌이켜보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의 삶을 바꿀 것이라던 주5일근무제도 노동시간을 줄이지는 못했다. 2016년 4월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주5일제의 본격 도입 이후 되레 노동시간은 1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에 대응해 야근과 특근을 늘린 것이다. 이제 야근과 특근이 사라지면 투잡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닌 셈이다.

물론 52시간 단축에 고마워할 근로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괄임금제로 인해 공짜 야근을 해야하는 상당수의 회사원들에게는 불법적인 무임 노동을 원천봉쇄하는 고마운 제도다. 하지만 이 문제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법규 준수를 엄정하게 감시하고 단죄하면 해결될 일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사회 특성상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차라리 생산을 줄이면줄였지 고용을 늘릴 회사는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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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원 2018-06-10 22:58:21
레포트 작성을 위해 기사 원문을 인용하려 하는데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