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앱, 많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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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앱, 많아도 너무 많다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05.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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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은행에 적금을 들기 위해 방문한 A씨. 은행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우대금리를 준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앱을 설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중 자주 사용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고 용량만 차지하는 것 같아 해당 앱을 삭제했다.

이렇듯 은행들이 관련 앱을 출시하면서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어떤 앱이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카드사 등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70~80개가 훌쩍 뛰어넘는다.

24일 구글 앱스토어에 등록된 은행권의 관련 앱을 보면 약 20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앱의 홍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는 7000만명에 육박하고 실 이용 고객수는 4000만명이 넘는다.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앱을 사용하면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빨리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유사한 앱들이 많아 중구난방인 상황이다.

금융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단순히 입‧출금과 예적금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생활서비스, 보험 등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져 관련 앱이 많아진 것도 당연한 결과다.

이에 최근 여러 앱을 하나로 합치려는 은행권의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안과 용량 과다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가지 앱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앱이 무분별하게 늘어날 경우 금융 소비자들은 관련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서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선택과 소비 측면에서 보면 선택지가 많은 것이 오히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꼴이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 행해지는 소위 ‘앱팔이’도 문제다. 직원들의 앱 설치 요구에 금융 소비자들은 ‘혜택을 더 준다’는 말에 속아 여러개의 앱을 설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은행권의 연이은 앱 출시는 이종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칭찬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중구난방식의 앱 제공은 정작 생산자 측면에서의 기능을 할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외 받기 십상이다.

이제는 금융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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