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9주기에 법정 선 MB "오리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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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서거 9주기에 법정 선 MB "오리발 내밀었다"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5.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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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박근혜 선 그 자리에 올라 적극적 항변 / 與野 "이 전 대통령, 오리발보다 반성문을 내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처음으로 재판장에 섰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는 시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공식 추도식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처음으로 재판장에 섰다.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는 시간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공식 추도식이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퇴임 후 '박연차 게이트'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던 중 그해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년 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임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평화가 온다' 내건 추도식...MB도 남북화해 언급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가슴에 수인번호 716번 배지를 단 채 법정에 섰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섰던 자리다.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통령의 자신의 항변 마지막에 남북 화해를 언급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남북 간 진정한 화해·협력·통일의 시대를 열어가는 건 시대적 요구이자 소명"이라며 "우리 사회가 먼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합하는 것이 먼저 전제가 돼야 한다. 바라건대 이번 재판 결과로 사법의 공정성을 국제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장면은 '평화가 온다'를 주제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과 오버랩됐다.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유족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지금 한반도 정국은 조마조마한 순간을 헤쳐나가고 있다"며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 때와 같은 진중하고 결연한 의지로 북측 우리 민족과 세계를 설득, 내년 10주기 행사 땐 북측 대표도 함께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조성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 與野 "오리발보다 반성문을 내야"

하지만 정치권은 이 전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진정한 반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것 자체는 현대사의 비극이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며 "최고 권력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국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고, 온갖 부정을 저지른 모습에 국민들은 비통한 심정이다"라고 했다.

백 대변인은 그러면서 “그러나 110억 원대의 뇌물, 349억 원대의 횡령을 비롯한 16개의 범죄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혐의부인'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것으로 심히 유감을 표한다"라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온갖 궤변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에 분노를 넘어 처연함을 느낀다. 이 전 대통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겠지만, 가려질 하늘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 중 특히 뇌물수수에 대하여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되면 최대 무기징역 선고까지 가능하다"며 "중범죄 혐의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분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현실, 그리고 공판정에서조차 반성 없는 태도는 국민에게 크나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길 뿐이다"라고 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이 전 대통령은 아무도 믿지 않는 오리발보다 진심어린 반성문을 국민께 드려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어이없는 주장과 태도를 믿어주고 받아줄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뿐더러 백 번을 부인한다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자신의 죄를 감추려는 시도는 결국 무위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첫 재판에서 '다스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 '삼성 사면대가 뇌물은 충격적 모욕이다' 운운하며 달라진 바 없는 뻔뻔한 주장을 되풀이한데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재판결과 공정판결 국가라는 평가를 소망한다'는 등 사법당국을 겁박하는 듯한 오만한 태도마저 보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제기된 일체의 혐의를 부하직원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재판을 실체 없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끊임없는 변명과 책임전가로 국민의 더 큰 분노를 야기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고 이제라도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여죄 역시 스스로 밝히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임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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