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주주 신뢰 확보 못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주총 취소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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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주주 신뢰 확보 못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주총 취소가 남긴 것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8.05.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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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준 산업팀장.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현대차가 ‘엘리엇’이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기에 오는 29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총을 전격 취소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총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분할·합병안이 상정될 예정이었기에 재계의 이목이 더욱 현대차에 쏠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주총을 전격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지배구조 개편이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쳤다.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크지 않고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편안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개편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가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 반대를 권고하면서 합병안 통과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내·외 의결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하면서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초 찬성 가능성이 높았던 국민연금이 ‘반대’ 가능성이 높아지자 현대차그룹은 주총을 전격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 놓아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당초 현대차가 내놓은 개편안에 가장 불만이 높은 것은 현대모비스의 주주였다. 현대모비스의 안정적인 수익원인 국내 모듈과 A/S 부문을 글로비스에 넘기면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의 합병 주체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현대글로비스란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가(家)를 위한 포석 아니겠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뒤,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0.79 대 0.21,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 대 0.61이다.

이번 주총 취소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어떤 구조 개편 방안도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개편안을 들고 나와야 한다. 기존 안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을 설득 할 수 있는 당근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의 주장도 맞고, 현대차그룹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지분가치와 미래의 가치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이 이러한 조절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현재 수익의 절대적인 부분을 글로비스에 때어주는데 대한 비율 조정에 대해 불만이 클 것”이라며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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