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행동주의 투자펀드, 미국에서 아시아로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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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행동주의 투자펀드, 미국에서 아시아로 영향력 ‘확대’
  • 이화섭 기자
  • 승인 2018.05.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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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기업 겨냥 활동 6년 새 ‘10배 증가’

[매일일보 이화섭 기자] 일정 수준 의결권 확보 후 기업 경영에 입김을 행사하는 세계 행동주의 투자펀드들의 관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은 인수·합병(M&A) 등 주요 계획의  변경 및 무산은 물론 고액 연봉으로 비판받는 최고경영자(CEO) 보수를 삭감하는 등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많아 업계에서는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 662건 중 절반이 넘는 344건이 미국 밖에서 일어났다. 특히 미국 외 활동의 31%(106건)가 아시아에서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활동으로는 2011년 10건에 불과했지만, 불과 6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 아시아 중에서 일본 내 활동이 32%를 보였고 국내에서 벌인 활동은 6%였다.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해당 투자자들이 아시아를 겨냥해 벌이는 활동의 중요한 변수로 아시아 기업들의 복잡한 지분 교차보유를 짚었다. 

앞서 지난 14일 일본 후지필름은 미국 제록스 인수 결정을 내렸지만 제록스 대주주인 칼 아이컨 행동주의 투자자가 “회사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제동을 걸자 끝내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조정하기로 했음에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이 있었으며 의결권 자문사인 ISS·글래스 루이스의 반대 권고도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 21일 “주주와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 등을 검토해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언급해 시장의 반대 움직임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JP모건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상위 5개 그룹이 증시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할 만큼 집중적인 시장 구조가 의사결정권을 높여주고 있다”며 “해당 기업 부문이 변화에 반대할 경우 개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이처럼 이들의 행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당 투자자들의 요구가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지만 상당수 큰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영국 워릭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을 받은 미국 244개 상장사의 CEO 보수 7년치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 공격 전 비교 대상 기업들보다 평균 32만9000달러 높았던 CEO 보수가 투자자 공격을 받고 난 다음해에는 모두 35만달러 가량 줄어 비교 대상 기업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와티 카노리아 워릭대 경영대학원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이사회에 진입하고 CEO를 면밀히 감시하면서 기업에 부담스럽고 액수가 많은 성과금을 줄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해당 펀드들이 기업을 겨냥해 벌이는 활동은 평균 22개월간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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