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목전…유통·식품·제조업계 반응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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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목전…유통·식품·제조업계 반응 제각각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8.05.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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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계, 한발 앞서 시행…“영향 별로 없을 것”
생산 많은 식품·제조업계 “추가 고용 인건비 상승·생산 차질 우려”
직원들 기대감 속 일부 근로자는 임금삭감 불가피 예상
신세계 이마트 성수점 계산대 앞에 변경된 영업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마다 확연한 온도차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업계는 “기존에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아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비친 반면 식품제조업계는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형 유통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워라밸 경영을 도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시간 휴가제를 지난해 8월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의 ‘스마트 워크’를 추구하기 위해 퇴근시간 이후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OFF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출근 20분 전에 컴퓨터가 켜지도록 ‘PC-ON 제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마트 판매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조정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3월 1일부터 영등포점·경기점·광주점 3개 점포에서 10시 30분이었던 개점 시간을 11시로 늦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8시간 근무 후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하는 제도를 실시 중이다. 이마트는 전 점포의 폐점시간을 오후 11시로 앞당기면서 영업시간을 1시간 줄였다. 롯데마트 전체 123개 점포 중 49개의 점포와 전남 순천풍덕점 등 홈플러스 일부 점포의 폐점시간도 오후 11시로 앞당기면서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반면 생산식 비중이 높은 식품 제조업체는 대체적으로 근무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겹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공장 가동시간에 따라 근무 시간표가 정해지기 때문에 초과근무와 주말근무 등이 많은데 근로시간이 갑자기 줄면 대체 인력을 추가 고용하거나 휴일 근로자에게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식품업은 타업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라 인건비가 높아지면 기업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게다가 식품은 가격에 민감한 품목이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기업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같은 고충은 중견,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실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예상되는 가장 큰 경영 문제점으로 ‘인건비 부담 가중’(37.1%)을 꼽았다.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량 차질’(18.8%)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예상되는 생산량 차질 규모는 평균 약 105억원, 인건비 증가 규모는 17억원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여력이 되지만 중소 중견업체의 경우에는 부담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도 문제지만, 생산라인에 즉각 투입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적시에 충원하기 쉽지 않은 중견기업계의 고질적인 이중고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근로단축 법안이 산업·기업별 현황을 고려해 순차 적용 돼야한다”면서 “사업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물가 인상 등 후폭풍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통업계와 식품제조업계에 종사하는 근무자들의 마음도 썩 편치 않는 모습이다.

식품업계에서 근무하는 A씨는 “관리직들은 주말에 일 안해서 좋아하는 편인데 생산직들 다수는 근무시간 적어져 급여가 줄어들어서 걱정이 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직을 고려하는 생산직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근무하는 B씨는 “점심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으로 확 줄어 구내식당에서 빨리  해결해야 하고 아예 부서장이 도시락을 싸와 사무실 안에서 먹자고 하는 부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집중시간에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에서 근무하는 C씨는 “PC 셧다운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그때까지 업무 마감이 불가능하다”면서 “남은 일을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능률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 한 전문가는 “서류상에만 주 52시간 근무로 기록하고 집에 가서 근무를 하는 유령근무자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면서 “오히려 근로시간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줄어드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직장 밖에서의 근무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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