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표권 제도 정착, 상생 위한 필수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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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표권 제도 정착, 상생 위한 필수요건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5.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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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지나친 과다경쟁으로 (가맹본부가) 3무(無) 정책을 펴면서 로열티가 묻히고 그 부분이 가맹본부에서 유통마진으로 녹여졌다. 로열티는 단순 대가가 아니라 본부의 노하우, 전문지식,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로 프랜차이즈의 상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하나의 터미널이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프랜차이즈 자정실천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박 회장을 비롯한 여러 가맹본부 관계자들은 해외 프랜차이즈산업처럼 국내에도 로열티 제도가 점진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프랜차이즈업계의 ‘상표권 장사 논란’을 돌이켜보면 로열티 제도의 정착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본죽 운영사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대표와 부인 최복이 전 대표, 원앤원의 박천희 대표 등은 상표 사용료 등으로 수십억원을 챙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대표이사가 상표권 제도를 악용하는 행위에 업무상 배임죄를 물은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상표권에 개인이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개인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보유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오너 일가의 사익 추구가 아닌 개인 창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재산권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업체의 경우 대표 개인이 보유했던 상표권을 법인에 이전하면서 법인으로부터 상표양도대금을 받았다. 출원 당시에는 대표 개인 명의였지만 이미 법인에 상표권을 넘긴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액수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가맹사업이란 해당 브랜드 상표를 점주들에게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받는 사업이다. 하지만 상표권을 대표 개인이 받아갈 경우 가맹사업의 의미가 사라진다. 법인이 상표권 대가를 받으면 가맹본부는 이 수익으로 또 다른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지만, 개인이 이득을 취할 경우 가맹본부는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그 비용은 가맹점주나 소비자에게 전과되는 결과를 낳는다.

일각에선 개인 명의의 프랜차이즈 상표권이 넘쳐나게 된 데 특허청의 책임도 있다며 특허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그동안 특허청이 가맹 사업에 사용되는 상표인 줄 알면서도 법인이 아닌 개인 출원을 눈감아줬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해외처럼 실제 상표 사용을 입증해야만 상표권 등록을 해줘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업계가 해외처럼 로열티 기반의 가맹사업만이 살길이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실상을 들여다 보면 국내 프랜차이즈 법인엔 상표권이 실종된 셈이다. 현재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개인 회사에서 가맹점주와 함께 하는 법인 사업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가맹본부가 그동안의 악습을 뿌리 뽑고, 상표 사용료를 브랜드 관리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그렇게 외쳐 온 ‘상생’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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