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세계에서 두 번째 행복한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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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세계에서 두 번째 행복한 독재자?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6.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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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조선중앙TV, 세계 각국 행복지수 발표의 역설…“中 1위, 北 2위, 美 꼴찌”

▲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
[매일일보]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세계 각 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하면서 북한을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며 적대국인 미국을 203위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은 것으로 알려져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대중지로 알려진 <데일리 메일>이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중국의 행복지수를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평가, 중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북한은 98점으로 중국에 이어 모든 국민들이 항상 웃으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더이상 나아지기 힘든 높은 질의 삶을 살고 있다며, 특히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결정된 것이 주민들의 행복을 크게 높여주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북한에 이어 쿠바가 93점으로 3위에 올랐고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각각 88점과 83점으로 4위와 5위를 차지해 자신들의 동맹국들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8점으로 152위에 그쳤고 미국의 행복지수는 불과 3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로 꼽혔다.

<데일리메일>은 “이 같은 조선중앙TV의 보도에 북한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온라인포럼 ‘Mop’에 ‘나도 고통을 겪어보게 미국으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익명의 북한 주민의 글이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중앙TV>의 이번 보도는 역설적 진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아니라 최고권력자의 행복지수라는 관점에서 순위를 바라보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에 맞먹을 수 있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의 최고권력자들은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체제적 특성으로 인해 선거를 치르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행복한 최고권력자라고 볼 수 있다.

2등을 차지한 북한과 3등을 차지한 쿠바 역시 독재국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4위에 랭크된 이란의 경우 선거를 치르기는 하지만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 속에서 안정적인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옹립을 기뻐하는 사람은 김정일 본인 밖에 없다”던 대북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감안할 때,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결정된 것이 “행복을 크게 높여주었다”는 <조선중앙TV>의 ‘주민들’은 김정일과 그 가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언론의 눈치를 살피고 대중적 지지를 유지해야하는 것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분쟁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불행한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또한 152위로 하위권에 랭크된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스스로는 대통령직에 대한 ‘직무만족도가 높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긴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그다지 ‘행복한 대통령’으로서의 삶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적 적절한(?) 순위매김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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