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위를 진압하면서 소총 끝에 대검을 장착했다는 주장을 '유언비어'로 치부하며 공식 부인해 왔던 군이 17일 대검 장착을 인정했다.
국방부 5·18 특조위가 지난 2월 초 광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비무장 시민을 향한 헬기사격을 있었다고 발표한지 약 3개월여 만에 밝혀진 또 다른 사실이다. 군은 당시에도 광주민주화운동 기간에 육군 공격 헬기가 비무장 시민을 향해 사격을 한 사실이 없다며 부정했으나, 특조위의 조사결과에 헬기 사격을 인정해야 했다.
이날 무소속 손금주 의원(전남 나주·화순)이 입수한 국방부의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1988년 5월 당시 대검에 의한 인명 피해가 있었는지 최근 직권 조사를 진행하면서 대검 장착 사실을 확인했다. 이 조사는 당초 '(군인이) 대검으로 여성의 신체를 도려냈다'는 내용의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해당 소문이 '악성 유언비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1980년 5월 18∼20일 공수부대 10개 대대가 차례로 광주에 출동하면서 소총에 대검을 장착한 사실 자체는 인정해야 했다.
대검 착검과 관련해 여러 증언을 듣던 중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한 군인이 "계엄군의 최초 '위력시위' 당시 대검을 휴대하거나 착검했으나 시민의 항의로 즉시 착검을 해제했다"고 한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대검으로 여성의 신체를 도려냈다'는 소문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시위 진압 도중 대검을 사용한 적은 있다'는 사실을 군 스스로도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은 "5·18 당시 민간인 사망자 자료를 보면, 칼 같이 날카로운 물체에 찔린 '자상'이 최고 11명으로, 이는 계엄군이 시위 진압에 대검을 사용한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그러면서 "시민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시민을 향해 칼을 겨눈 부분에 대해서도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계엄군의 대검 사용에 의한 피해도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의원은 지난 11일 이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성범죄 규명을 조사 범위에 포함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별도 발의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증언이 쏟아지면서 여성들에 가해진 공권력의 폭력을 더 엄정하고 섬세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와 관련해 손 의원은 "오는 9월 시행예정인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성폭력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없이는 성폭력 범죄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가가 저지른 성폭력에 대해 피해 여성들에게 증언하고 입증하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