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트럼프 모델' 과연 실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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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트럼프 모델' 과연 실체 있나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5.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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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속도전+북한 체제보장 결합 추정 / 오크리지 북핵 해체는 속도전을 위한 것 / 신뢰구축 위한 '한국형 모델'이 보완책 될 수도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비핵화 방식으로 '트럼프 모델'을 언급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무산 엄포에 백악관이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제시한 이른바 '트럼프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급조된 표현으로 보이는 이 모델의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백악관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이를 기초로 북한과의 협상 결과를 반영한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보장)라는 북측의 요구가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미 간 보다 적극적 중재에 나서기로 해 절충적인 성격의 이른바 '한국형 모델'이 '트럼프 모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 모델' 실존 가능성 높아

백악관은 '트럼프 모델'을 언급하면서 '선비핵화-후보상'을 뼈대로 하는 '리비아식 모델'에 선을 그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전부터 '리비아식 모델'을 북핵 해법으로 주장해왔지만 이는 북한이 매우 강경하게 거부해온 터라 이를 공식 부인했다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은 2003년 12월 자발적으로 핵 포기를 선언하고 2005년까지 핵시설 공개와 폐기 절차에 들어갔고, 미국은 리비아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국교정상화와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데 그쳤으며 카다피는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반정부 시위로 시민군에게 붙잡혀 2011년 생을 마감했다. 북한은 이 과정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발끈한 이유다. 따라서 백악관은 실제로 북한에 맞도록 설계한 '새로운 대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두 번째 방북을 통해 북미회담 최종 의제를 조율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강력한 검증'과 비핵화 이후 '민간 투자 허용'이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검증과 민간 투자 허용을 최후 단계로 놓고 이전 단계에서 핵시설 폐기와 미국 독자 제재 해제 수준의 보상은 제공할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또한 '완전한 비핵화 후 보상'에서 방향을 틀어 단계별 이행과 보상조치를 조기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한반도 비핵화 완료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히 "美, 6개월내 북핵반출 요구"

이런 가운데 17일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사전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 관련 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반년 안에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고, 만약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테러지원국가 지정 해제를 검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이 중요한 만큼 비핵화를 속도전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최근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핵탄두와 핵물질을 테네시 오크리지 주로 반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과도 일치한다. 특히 북한을 테러지원국가 지정에서 해제하면 우선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데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총장은 한국 정부가 아직 대북인도지원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북미회담 결과를 지켜본다고 했다. 또 지난 15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1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연달아 만나면서 이에 대한 설득력을 더 높인다.

미측이 비핵화 속도전을 북측에 요구한다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도 북측이 원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북한은 중국과 함께 선비핵화-후체제보장이 아닌 '단계적·동보적 비핵화' 방안을 밀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기대하는 군사위협 해소와 제재 완화·해제, 평화협정과 연결되는 체제보장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 대북제재 해제 등을 통한 경제발전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반면, 비핵화 조치는 일단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미회담에서 CVID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확답을 받고 김정은 체제를 보장한다는 방침을 정상 합의문에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의 안보와 생존만이 아닌 미래의 체제까지 보상받기 원하는 북한의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셈이다.

▮신뢰 구축 '한국형 모델' 영향은?

우리 정부는 외국의 비핵화 사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과거 6자회담의 결과물과 후속조치(9.19공동성명, 2.13합의, 10.3합의)을 바탕으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타결’ 및 ‘단계적 이행’을 구상하고 있다. 즉, 북한의 비핵화 대상들과 한·미의 군사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 방안들을 모두 망라하는 '포괄적 합의'를 하고 3단계 수준의 큼지막한 일괄 타결(현재·미래의 핵, 과거의 핵, ICBM으로 구분한 뒤 이에 상응하는 보상 명시)을 단계적으로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이행한 뒤 IAEA의 검증을 받는 것이다. 북한이 가장 바라는 체제안전 보장은 남북미중 정상선언과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 등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한국형 모델'을 제시해 '트럼프 모델'을 보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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