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뒤흔든 ‘이재용 재판 판사 파면’ 靑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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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뒤흔든 ‘이재용 재판 판사 파면’ 靑 국민청원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8.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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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자체가 법관 인사에 관여한 것" / 靑 청원 전달에 사법부 독립 침해 파문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청와대가 현직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답변을 하고 법원에 전달한 사실을 두고 법원 안팎에서 사법부 독립 침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의 국민청원 답변 전달과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성명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의 주장에 8명의 대표판사가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판사인 김 부장판사는 자신의 주장을 정리해 다음달 11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안건으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행정부의 부적절한 처분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내용 등을 담아 성명서를 채택하도록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안건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논란은 올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현직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청원글로부터 시작됐다. 청와대는 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돌파하자 같은달 20일 “법관이 재판 내용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면 외부 압력에 취약해지고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국민 청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청원의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4일 국민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알려졌다. 이를 두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 파문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런 청원이 들어왔다고 대법원에 통지를 해준 것 뿐”이라며 당시 청와대 공식 답변에서 법원행정처로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도 “2월 말 쯤 청와대에서 국민청원 내용을 알리는 차원에서 전화가 왔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문서를 받거나 법원 내에서 징계 등 조치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원 결과를 통보한 것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청와대가 법관인사와 관련된 국민청원을 법원에 전달한 자체가 법관인사에 관여한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원 구성원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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