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檢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더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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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檢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더딘 까닭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5.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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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최근 검찰의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 행보를 보면 수사 의지가 있긴 한 건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채용비리에 연루된 지방은행의 경우 금융지주 회장 및 사장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보이는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회장은커녕 당시 인사담당자들 구속 외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 인사팀의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라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문건에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6명의 이름, 성별, 출신학교, 추천인이 기록돼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이처럼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사태가 곧장 사회적 문제로 번지며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11개 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이후 올 2월 1일 채용비리 의혹이 보이는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JB광주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시중은행 2곳과 지방은행 3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나흘 뒤인 5일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엔 KB국민은행 본점은 물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집무실을 시작으로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을 본격 압수수색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여론은 달라질 미래를 생각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새정부가 갑질 근절 등 불공정 적폐청산과 양극화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 오랜 시간 뿌리 내린 채용비리 역시 이번 기회에 뽑힐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도 잠시 검찰 수사는 초기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유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먼저 지방은행의 경우 2월 수사에 나선 뒤 두 달 만인 4월 2일 2015년 부산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강동주(59) 전 BNK저축은행 대표를, 8일에는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을 구속했다. 이후 23일에는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전 대구은행장)을 소환해 일주일 뒤인 30일 구속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검찰의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나올 정도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모두 회장들의 직접 연루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당시 인사 관련 임원들 구속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용비리와 관련해 이달 초 금감원의 조사가 끝난 신한금융에 대해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할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혹자는 은행이라는 민간 기업의 채용문제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건 지나치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 아닌 단지 부모의 힘으로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무시된다면, 그리고 그게 정당한 일이라고 사회가 못박는다면 앞으로 살아갈 청년들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 아닐까. 채용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각 검찰은 수사 이전에 수사의 결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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