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해법" vs "전례 없는 대담한 조치"...폼페이오-김영철 평양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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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해법" vs "전례 없는 대담한 조치"...폼페이오-김영철 평양 밀당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5.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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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최종조율에 전세계 주목 / 김정은-시진핑 회동 후 북측 협상력 제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9일 북미회담 최종 의제 조율 등을 위해 두번째 방북했다.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백악관=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미 국무장관이 9일 평양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두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핵심의제는 북한의 비핵화 해법이다.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도 여기에 연동돼 있다고 폼페이오는 밝힌 상태. 북한은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서 '단계적 비핵화' 해법에 의기투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기존 일괄타결 방식보다 더욱 대담한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北中은 단계적·동시적 해법

8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명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중정상회담 이후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CCTV 등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 또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길 바란다. 북미 양국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함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고 집중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언급한 '한반도 문제 공동 추진'은 북미회담을 앞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이에 맞서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7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지지하기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재확인하고,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원했다고 전해진다.

▮美 "세분화 거부...대담한 조치"

그러나 북중 진영의 '단계별·동시적 해법'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 걸었던 길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분명히 하길 원한다"며 '대담한 조치'를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폐기 수준을 기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서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로 강화하고, 폐기 대상을 핵무기에서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중단거리미사일로 확대했다. 여기에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시설까지 해체한 남아공 모델까지 거론하고 있다.

▮협상의지 드러낸 폼페이오-김영철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협상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맞아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바로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협력할 것을 똑같이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며 "이제 우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를 향한 위협을 치워버리며, 여러분의 나라가 자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리도록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담판 고비...우리 정부 중재안 필요

물론 이 같은 치열한 신경전과 연이은 회담은 당사국들 간에 활발한 대화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해 비핵화 협상을 향한 좋은 진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지난 방북 때 달리 폼페이오 장관이 미 국무부 출입 풀 기자단과 동행하면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폼페이와와 함께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북미회담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 분위기를 전환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반도 평화 ‘담판’을 위한 중대한 고비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에 요구할 비핵화의 원칙과 수준과 북한 체제 안전보장 관련 상응 조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는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북미 3각 외교 당시에는 균형을 맞출 수 있었으나 중국이라는 4각 구도 형국에선 또 다른 입장으로 자리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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