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言 토론회, 쟁점 없이 시각차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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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言 토론회, 쟁점 없이 시각차만 확인
  • 매일일보
  • 승인 2007.06.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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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계간 17일 '노무현 대통령 언론인과의 대화' TV 토론회가 명확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양측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마쳤다.

특히 정보공개와 정보접근권.공무원들의 취재응대.공무원 접촉 등 쟁점의 경우, 노 대통령의 "패널들이 잘못 나왔다" "성에 안찬다"는 표현처럼 속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정부의 기본 취지에는 (언론이)공감하고 정부가 정보접근과 취재지원 방안을 잘 해 주면 제도 자체는 괜찮다는 말 아니냐"며 "그 점에 있어서는 의견접근 보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신태섭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공사를 중단하고 TF를 구성해 어떻게 (취재)지원 등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의하자 노 대통령은 "공무원과 기자들이 TF를 만들자 하면 반영하겠다"고 응했다.

아울러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은 "우리나라 공무원처럼 폐쇄적 사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취재에 (제대로)응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혹시 기회가 되면 토론을 (더)해 보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체로 토론회에서 언론계는 정보공개법 확대와 기자실 통폐합이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으며, 정부를 대표한 노 대통령은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기본취지를 재설명하며 정보공개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다.

토론 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계와의 합의 사항과 관련해 "오늘 언론단체가 토론에서 제안한 취재 편의 및 정보접근권의 강화.정보공개 확대 등에 대해 내일(18일)부터 본격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또 "한국기자협회가 (향후)대통령과 토론을 다시 제안해 온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 "명시적 담합 있다"-언론계 "공무원 제대로 했으면"

토론의 시작에서는 노 대통령의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지금도 명시적 담합이 있는 것 아닌가. 그 때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은 기사의 획일성이 발생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 기사 하나를 놓고 담합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획일성 또는 어떤 사물을 기사화할 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전염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를 보면)모든 문제들을 정략적으로 본다든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속셈이 무엇이냐라고 계산한다든지 이런 병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언론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요지로 그간 언론을 향한 불편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정부 이야기를 안실어 준다는 것"이라면서 "오죽 답답하면 여기에 나와 토론하고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정브리핑에 정부 입장을 실는 것 외에 없다. 변명과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일용 회장은 "제목대로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들이 많다"면서 "오히려 정부방안은 (선진화에 비해)역행하는 퇴행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핵심은 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정보 공개.확대 그리고 정보 품질 개선이 아니라 정보의 차단을 결과할지 모른다는 우려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이번)방안은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참여정부 답게 결과만의 공유가 아니라 과정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도 "지난 2003년 개방형 브리핑제를 실시했다. 사실 그때 제대로 실현됐다면 오늘 이런 논의가 없어도 된다"라며 "잘 안돼서 2차 개혁한다는 것 같은데 공무원들이 제대로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언론계 "기사 품질은 언론이"-노 대통령 "정부도 이야기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언론 당사자들 즉, 언론사주가 토론에 불참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가급적 토론에 언론사 사장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안나왔다. 그들은 안나오고 단체들만 나왔다. 패널들이 잘못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조치에 공감하고 있지 않나. 정보공개를 위해 정부는 언론중재법.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아무 정부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실 통폐합과 정보공개법 개정을)병행하자 이야기하는데. 공개가 안돼 있으니까 (이번 방안을)하지 말라 이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각 언론단체들의 성명이 미묘한 입장차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자,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은 "(인터넷신문협회 성명은)앞뒤가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1절을 제대로 못부르면서 2절을 하자고 한다"라고 맞섰다.

오 회장은 "얼마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부분 언론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 중 일부 공무원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기사의 품질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언급도 있었는데 대통령은 편집국장도 언론사 사주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신경전을 펼쳤다.

오 회장은 이어 "기사품질은 언론에 맡기고 기자와의 대화가 아니라 공무원과의 대화에 (대통령이)나서야 한다"면서 "1차 개혁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현실에서 3,4년간 시간이 있었는데 왜 이제서야 (2차 개혁 선진화방안을)할려 하나"라고 따졌다.

이에 노 대통령은 "기사의 품질과 수준은 언론이 걱정할 일이라는데 그렇지 않다. 기사 품질에 대해 정부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가 피해자다. 애써 고생해서 정책을 입안해 놓으면 기자들은 모르면서 거꾸로 기사를 써놓는다"라며 "(언론의)수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국정브리핑에 매달려 있겠는가"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 노 대통령.언론계, 정보공개 문제점 차후 토론 합의

정보공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정보공개는 문화의 문제다. 제도적으로는 상당히 열려 있다"라며 "정보공개 처리 기간이 15일로 돼 있던 것을 10일로 단축했다. 미국이 10일이며 영국 20일 독일이 2개월이다. 미국과 같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일용 회장은 "정보 공개가 잘 안되고 있는 실정에서 접근권을 보장받기 위해 이를 고집하는 것"이라면서 "참여정부가 그나마 있던 접근권마저 없게 하는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보 공개를 문화라 해버리면 어떤 (해결)수단도 없다"라고 맞섰다.

노 대통령은 또 "좋은 기사가 정보공개에 의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보를 내고 배껴쓰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정보공개 이야기를 하는 것은..."이라며 "정보 공개는 한다. 공개에 대해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언론정책에 있어)조금만 더 나가면 바로 '탄압''간섭'이라는 역풍을 맞기 때문에 참으로 어렵다"면서 참여정부 후 정보공개건수 수치를 거론하고 "절차를 밟는 취재는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노 대통령은 "기사를 읽으면 너무 기가 막힌 기사가 많다"며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정치선진화.언론선진화.복지선진화를 해야 한다"면서 "맡은 기간 동안 사명을 가지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 방침의 취지를 재설명하는데 역점을 뒀다.

정일용 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보공개법 개정 △내부고발자 보호제 개정 △이를 위한 TF 구성 △국가보안법 토론 △외국취재현장 공동조사 △공무원 취재 응대 태도 변화 △기자실 공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정보접근권과 정보공개제도 그리고 공무원의 취재편의 제공은 서로 대화하도록 관계부처에 이야기하겠다"라며 "투명성에 관한한 참여정부 와서 많이 발전한 것이 사실인만큼 신뢰할 만한 자료를 주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언론이 자기 중심을 좀 지켜줬음 좋겠다"며 기자실 공사의 경우 "시간이 충분히 있다. 협의의 진전이 있으면 공사기간도 조정이 있을 것이다. 대화하면서 전망이 보이면 융통성있게 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다만 "(기자실 공사)보류라는 용어는 (제가)회피하고 있다. 언론이 어떻게 쓸지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서 "시간이 실제로 충분하니까 합의를 이뤄 나가자. 그것이 중요하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노 대통령 "기자실 공사, 대화하면서 융통성 있게 할 것"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계측 대표로 나선 이들이 대체로 정부의 방침에 동의하면서 정보공개와 정보접근에 관해서만 문제제기를 함에 따라 눈에 띄는 토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토론회는 당초 8명의 패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패널의 불참 의사 표명으로 5명만 자리했으며, 방송 시간과 중계 역시 처음 계획된 바에 비해 상당부분 축소된 채 개최됐다.

한편 토론회는 방송인 김신명숙씨의 사회로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한 채 1시간 30여분간 KBS 1TV와 YTN 등에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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