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금강산으로 주말 소확행 여행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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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금강산으로 주말 소확행 여행 가볼까요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5.03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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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주 해외출장에서 아침마다 호텔 문 밖에 걸리는 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내면 연일 1면을 장식한 것은 한국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대문짝만하게 지면을 차지한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미술작품도 한몫 했다고 전해진다. 판문점 평화의집 1층 차담장 정면 입구 쪽에 박대성 작가가 그린 백두산의 ‘장백폭포’와 제주의 ‘성산일출봉’ 그림이 걸렸는데, 이 작품을 보고 대화를 나누던 중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북에 초청하게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열린 2층 회담 테이블 뒤에는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작품이 걸렸으며 기념촬영의 배경 역할을 했다고 하니 10년 전 중단된 금강산 관광도 곧 재개될 것 같다. 마침 여행하기 좋은 계절 5월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행 트렌드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한다. 해외 휴양지가 아니더라도 여행자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 인기몰이 중. 그러니 금강산 여행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야 남녘의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고 가까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영근 작가의 그림에는 그런 친숙하고 소박한 여행이 잘 담겨있다. 전영근은 자동차 지붕에 짐 보따리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울이 보이는 시골길’, ‘우도 풍경’, ‘개나리와 벚꽃’, ‘가을산을 오르다’, ‘참새가 보이는 들판’, ‘대나무 숲’, ‘코스모스’등 작품의 제목처럼 그림 속의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의 풍경은 주로 국내 여행길 창밖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박한 사계절 자연의 낭만과 여유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낚싯대, 배낭, 우산, 이불 꾸러미까지 정감 넘치는 짐을 싣고 굽이굽이 펼쳐진 산길, 꽃이 활짝 핀 들판 길, 탁 트인 바다를 지난다. 사계절 여행길이 주는 행복을 느끼며 달리는 붕붕 자동차는 도시의 팍팍한 삶 속에서 따스한 햇빛과 신록의 풀 내음, 시원한 바람이 잠시 필요한 우리를 전국 방방곡곡의 자연으로 초대한다.

전영근 작가는 “나는 삶이 반영되는 따뜻하고 소박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대단히 평범한 예술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여행길 풍경을 통해 현대인들이 여유와 행복 희망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한 그림을 전하고 싶다”라고 한다. 작가관과 작품이 정확하게 맞닿아있다. 금강산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머지않아 누군가의 주말 ‘소확행’이 되기를, 전영근 작가의 작품 속에서도 금강산의 사계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영근_여행-봄-oil on canvas_91×65cm_2012, 사진=더 트리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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