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판문점 선언' 내홍...보수 미래 갈림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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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판문점 선언' 내홍...보수 미래 갈림길에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8.05.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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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변화중 "판문점 선언 환영" / 한국당 내 너도나도 "반홍준표" 변화 촉구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부산 필승결의대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후보들과 함께 드루킹 게이트 특검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부산을 시작으로 오는 2일 경남을 거쳐 충북·강원, 제주·인천 등 전국을 돌며 오는 13일까지 필승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큰 위기를 겪었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이번엔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안보 보수당으로서의 정체성 내홍을 겪고 있다.

2일 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은 '북한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된 판문점 선언문으로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급진전되는 양상을 진정시키고, 보수민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색깔론'과 '김경수 특검론'을 꺼내놓으며 분위기 전환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당내부에서는 홍 대표의 발언의 수위가 너무 높다는 불평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엔 한국당의 전통 지지층인 보수단체들과 당의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들까지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에 지지를 선언하거나 응원의 목소리를 내면서 당 내부에서는 이제 한국당도 북한과 관련한 태도변화에 있어 갈림길에 있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판문점 선언 지지" 과거와 단절하는 보수단체들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한국당의 대북정책에 손을 들어주던 보수단체들이 과거와 단절하며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권 줄서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이미 변화는 이전부터 시작된 상태였다.

350만 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한국자유총연맹의 박종환 총재는 남북정상회담을 4일 앞둔 지난달 23일 홈페이지에 "지난 수년간 연맹을 둘러싸고 정치 편향 등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지상 과제는 국민 행복과 국가 이익이라는 높은 차원에 있는 것이지 어느 정파 노선을 대변하는 데 있지 않다"고 했다.

당시에는 이미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폐기'가 논의될 것이라는 것이 예견된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연맹의 입장변화로 분석됐다. 실제 자유총연맹은 남북정상회담 후인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한반도의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남북정상회담 당일엔 국내 최대 안보 단체인 재향군인회 회원 6000여명이 창성동 별관부터 적선 로터리, 세종문화회관, 광화문역까지 태극기와 '비핵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기도 했다.

▮ '색깔론' 제기하는 중앙당에 반기 드는 지자체장 후보들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합의 이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남측 주사파의 숨은 합의가 있다"며 색깔론을 꺼내들은 홍 대표에 발언에 같은 당 지방선거 후보들이 잇따라 반기를 들면서 당 내부의 홍 대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선거 후보들의 이러한 의견개진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당이 맹목적 비판으로 일관, 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높아지자 전면에 나서 역풍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후보들 입장에서는 중도·무당층 흡수가 필요한 만큼 보수층만 바라보는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것이 선거 전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당의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당의 지방선거 슬로건에 대해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당 선거 슬로건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홍 대표의 '주사파'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이날 '반(反) 홍준표' 노선을 공식화했다. 그는 홍 대표가 경남지사 재직 때 지원을 중단한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약속하며 "야당이라고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평화의 시대를 위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홍 대표는 한국당 지도부를 제외한 남과 북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상황에 대해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로 비난 여론에 맞섰다.

이에 대해 신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정당의 고위 관계자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보수로 분류되는 국민들도 한국당 대표의 '빨갱이'나 '주사파' 발언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며 "오는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보수표를 모으기 위해서 저런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얼마 안가 당 내부에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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