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의 교묘한 꼼수·갑질, 그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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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의 교묘한 꼼수·갑질, 그 ‘한 끗’ 차이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8.05.0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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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최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편법적 가격인상과 상생·갑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기업들의 이미지가 우려된다.

해태제과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7일 오전 9시에 가격 인상을 발표해 비난을 받고 있다. 해태제과는 이날 오예스·맛동산 등 5개 제품의 중량당 가격을 12.7% 올렸다. 인기 제품인 오예스의 중량당 가격은 평균 17%, 최대 27.3%까지 올랐다. 맛동산 역시 중량당 가격 인상률이 평균 12.9%로 최대 25.9%까지 올랐다. 웨하스는 권장소비자가격 900원으로 100원(12.5%) 올랐다. 오사쯔와 미니자유시간의 중량당 가격 인상률은 8.3%, 9.5%이다.

이같은 발표에 소비자들과 업계 일각은 모두의 관심이 남북정상회담에 쏠린 사이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태제과 측은 우연히 날짜가 겹쳤을 뿐이며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해 6~7년 만에 불가피하게 올린 것이라 해명했지만 개운치 않다.

원재료·인건비·물류비 등 어떤 항목에서 비용이 크게 올랐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또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달러도 약세를 유지하고 있어 원재료 수입에서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 5개 제품들의 선정 기준도 모호하다. 원가 압박이 심한 제품들로 선정했다고 하지만 가격이 오른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어떤 비용이 더 들어가는지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기제품의 가격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의 새 슬로건을 ‘나눔과 상생으로 함께하는 세상’으로 정하는 한편 초기 창업기업, 중소기업 등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실천하는 ‘상생’은 ‘한 끗’ 차로 협력사들에겐 ‘갑질’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13일 롯데월드타워 123층 2917계단을 직접 걸어 올라가는 ‘수직 마라톤’을 개최한다. 이보다 하루 앞선 12일에는 롯데그룹 50여곳의 계열사 임직원(대표이사 포함)과 협력업체 임직원 20명 등 총 1000여명이 참여하는 ‘2018 롯데 가족 수직마라톤’을 개최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그룹 노사와 협력업체가 함께 수직마라톤에 도전함으로써 화합과 협력, 상생을 다짐하자는 게 대회 목적으로 자발적인 참여라는 입장이지만, ‘을’ 입장인 협력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불만이 나온다.

완주가 의무는 아니지만 완주한 참가자는 개인완주메달을 증정 받고 특히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계열사별 참가자 전원이 완주할 경우 계열사 대상 단체상 시상도 이뤄지기 때문에 유통사 등에 잘 보여야 하는 계열사 대표 입장에서는 완주의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완주를 중도 포기한 참가자들의 경우 롯데월드타워 내 피난안전처를 통해 1층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데, 이 피난안전처 역시 22층과 40층, 60층, 83층, 102층으로 제한돼 있고 3개층 단위로 안전요원이 배치돼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 대해 응급처치를 하거나 이송조치를 할 수 있지만 최소 22층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심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기업의 이미지는 ‘한 끗’ 차이로 결정된다. 한 끗이란 무명, 비단과 같은 천을 한번 접은 만큼의 길이를 이르는 말이다. 때로는 작고 사소한 차이가 기업의 이미지, 나아가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매사 ‘역지사지’하며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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