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권 행보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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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대권 행보가 시작됐다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6.1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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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출마 공식 선언

DJ-盧 ‘이해찬 프로젝트’ 가동하나…두 진영 지지층 확보할 수 있는 카드될지 두고봐야

“나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닌 다른 선거에 나가려하지 않는다. 차기 대선에선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성숙, 국가경쟁력 강화, 사회적 통합 등에 대한 실천방안을 설득력있게 잘 제시하는 사람이 당선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이자 노 대통령의 정통성 계승자를 자처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월16일까지만 해도 언론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며 ‘이해찬 대권도전설’에 고개를 내저었다.

범여권 핵심부에서 ‘노무현 노선’과 ‘김대중 노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이해찬 대안론’이 꾸준히 검토되어 왔지만, 대권에 전혀 뜻을 두고 있지 않는데도 자꾸 주변에서 자신을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장관 등과 더불어 친노진영의 대권후보로 지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전 총리가 정확히 ‘한달만에’ 변했다. 정치적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겠다, 그러니까 자기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뱉기 위한 뜻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단 1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돋보인다. 그리고 사흘 뒤인 22일에는 제주평화포럼 세계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고, 27일에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 강연을 하는 등 유권자 공략을 위한 이미지 정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7월에는 7.4남북공동선언 35주년에 맞춰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의원 20여 명과 각계 인사 15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방북단을 구성, 같은 달 4일 개성에서 열리는 대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고도의 정치적 의미가 함축된 공격적 행보도 감행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측은 “이번 대토론회에서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에 대한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해찬 동북아평화위원장이 단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는 게 이 전 총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방북은 범여권 안팎에서 ‘8.15 이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에서 지난 3월 이후 ‘재방북’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주목한다. 결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번 제2차 방북에서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이 전 총리가 가시화하면서 이를 토대로 그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에게 “본래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경선 비출마 의사’를 확신해 발표한 것이라면, 그가 한달 만에 생각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뭘까.
정치권과 언론에 따르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19일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2일 낮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이 기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묘한’ 타이밍에 대선 출마 공개

그런데 묘하게도 12일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묘한’ 타이밍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김근태 전 우리당 의장의 경우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범여권 후보군에서 ‘아웃’시킨 세 번째 인물이라는 평인데, 향후 대선가도에서 네 번째로 낙마(落馬)할 인사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정치분야 오피니언 리더 100인을 대상으로 ‘2007 대선 전망’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난 1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선에서 비한나라당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누가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에 응답자의 55.5%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선택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3.3%의 지지를 얻으며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범여권 대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력을 지닌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노선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카드로 범여권 핵심부에서 ‘손학규 필승론’보다 ‘이해찬 대안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

문제는 ‘이해찬 대안론’이 단순히 ‘루머’로서 끝나는 게 아니고 실제 ‘이해찬 띄우기’를 위한 범여권 핵심부의 발빠른 행보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범여권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를 참여정부를 계승할 적임자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해찬 전 총리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손학규 전 지사를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3월20일 국무회의에서 손 전 경기지사를 ‘보따리 장수’로 빗대어 비판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겨레신문과 한 6월항쟁 2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서 “손학규씨는 ‘범여권’에 넣지 말아 달라”며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라고 강조하는 등 손 전 지사에 대한 비판의 대열에 다시 가세했다.

‘이해찬 띄우기’ 본격 나서나?

상황은 다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달 동교동 자택을 예방한 이 전 총리에게 “책임을 지고 범여권 대통합을 실현시키라”고 당부했는데, 물론 두 사람이 밤낮으로 접촉을 시도해 ‘이해찬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한 두 사람의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내놓는 분석이다.

범여권 안팎에서 이 전 총리의 몸값은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는 평인데, 이 전 총리 역시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이게 그가 달라지게 만든 요인이라는 견해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지난 5월 중순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내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대선 출마 의사를 최초로 밝혔고,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곧바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내면서 국정의 전반에 개입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실세 총리’를 지낸터라 DJ노선과 노무현 노선이 하나로 통합될 경우 그 한 가운데서 우뚝 설 수 있다는 평이다. 범여권 대선가도에서 양측의 지지층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것이다.

이렇게 이 전 총리가 ‘막강한’ 대선 후보로 부상하도록 하기 위해 청와대가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이 전 총리 캠프로 자리를 옮겼고, 정태호 청와대 정무팀장도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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