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이후] 판문점 선언 성과 제도화...독일식 모델로 국회 비준 추진
상태바
[판문점 선언이후] 판문점 선언 성과 제도화...독일식 모델로 국회 비준 추진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4.29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당만 '판문점 선언' 명시적 반대...홍준표 "위장평화쇼" / 국회 비준 진통 예상...독일의 경우 우파 반대로 표대결 / '북한과의 합의가 국회 비준 대상이냐' 헌재 갈수도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비준 시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향후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합의 내용이 유지되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번 합의를 반드시 이행, 합의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었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부정하고 있어 향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거 독일의 사례를 감안할 때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 ‘판문점 합의’ 지속적 효력 위해 국회 비준 필수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정권이 바뀌어도 정상회담 합의가 지속적인 효력을 갖고 이행되게 하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지난 2000년 6‧14 공동선언, 2007년 10‧4 선언 등 정상회담 합의 내용이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폐기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이 국회 비준 동의를 얻을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가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우선 합의문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 근거는 2014년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이다.

남북관계발전법 21조 3항에는 '국회는 남북 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절차를 통과하려면 본회의에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즉 최소 147명이 동의해야 비준안이 가결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1명으로 비준안 가결에 필요한 147석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당 의원 17명이 비준에 적극 찬성하고 있고, 정의당과 민중당, 무소속 정세균 국회의장과 호남에 지역구를 둔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비준에 찬성할 경우 총 148명으로 비준안 통과가 가능하다. 즉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성사될 수 있다.

▮여 "초당적 협력해야" vs 한국당 "위장평화쇼"

그러나 합의문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1야당이자 거대야당인 한국당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양측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여야 대치가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에서 "70년 만의 한반도 평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역사적인 공동선언을 폄훼하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며 "남북 정상 간의 공동선언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입법 등에서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당일부터 사흘 연속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는 29일에도 페이스북에 "한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됩니다"면서 "여덟 번을 속고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일까요"라고 했다.

홍 대표는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직후에도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하다. 북핵 폐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 하고 김정은이 불러준대로 받아 적은 것이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 역시 국회 비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장 대변인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들어가 있지 않은데 무엇을 비준한다는 것인가"라며 "관제개헌 시도에 이어 '평화냐 전쟁이냐'라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략적 비준동의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1972년 독일도 '동서독 기본조약' 국회 비준 진통

이 같은 한국당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1972년 독일의 동서독 기본 조약 국회 비준 사례처럼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독일은 1972년 12월 21일에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서독 내에서 우파 정당인 기민당과 기독교사회연합을 중심으로 '어떻게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 인해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기본 조약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했고 헌재가 야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하면서 국회 표결 진행과정을 통해 국회 비준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당이 국가가 아닌 북한과의 합의가 국회 비준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헌재에게 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과연 현행 우리 헌법이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고 있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헌재의 판단이 나오면 독일과 같이 국회에서 표대결로 가게 된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을 배제하고 비준을 강행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실제로 한국당을 배제하고 판문점 선언 비준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초 비준을 받으려는 이유가 당파와 정권을 초월한 합의 이행인 만큼 한국당을 배제할 경우 합의문의 효력도 잃고 그 의미도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 여론 수렴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겠지만,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한 번에 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지원이나 교류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요구할 경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어, 향후 남북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민 여론 수렴 과정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