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을 떡값이라고 불러야 하는 현실…홍길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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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을 떡값이라고 불러야 하는 현실…홍길동이냐?”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5.1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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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대법원 ‘삼성 X파일’ 판결, 삼성·검찰 손들어 준 것”

[매일일보] 대법원이 ‘삼성 X파일’ 사건 폭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진보신당은 “대법원이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권력과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진보신당은 16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연 이 땅에 정의란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를 또 다시 품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 진보신당은 16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삼성 X파일' 사건 폭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전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신당 김영탁 민생특위위원장은 “달을 가리킨 사람에게 달을 가리킨 죄로 손가락을 자르는 일”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대법원이 ‘삼성 X파일’ 사건은 8년이나 지난 사건이기 때문에 뒤늦게 공개한 것은 공익적 가치가 없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삼성이라는 대재벌이 검사들을 뒤에서 돈을 주며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밝히는 것이 어찌 공익적 가치가 없다고 하겠느냐”며 “이것은 칭찬하고 상을 줄 일이지 처벌하고 벌을 줄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 해당되어 무죄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은 면책특권 해당 되지 않아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선 “전기밥솥을 연탄 아궁이나 화덕에 밥을 짓지 않았다고 죄를 주는 것과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는 이 시기에 공직에 출마할 수 없을 수 있는 이런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것은 단지 진보신당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내년 정국을 앞두고 야당의 결집을 방해하려 것”이라며 단결을 요구했다.

▲ 진보신당은 16일 '대법원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짓밟았다'는 뜻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진보신당 동작구 당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철 전 대변인은 “‘삼성 X파일’ 사건은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물을 뇌물이라 하지 못하고 ‘떡값’이라고 불러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삼성이 미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려했던 검찰에게 부패한 자금들이 ‘떡값’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둔갑되는 자체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대변인은 “도청 녹취록에 드러난 떡값을 주려고 모의했던 자와 받았다고 의심되는 자들 중 처벌 받은 자가 있느냐”며 “하지만 그들의 실명을 공개해 정의를 세우려 했던 단 한사람은 지금 처벌대에 올라와 있고 처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기막혀 했다.

그는 “2심 재판부는 ‘8년 전 사건이지만 내용과 행태로 보건대 현재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피고가 공익을 위해 실명을 공개하고 긴급하게 처벌을 촉구한 것은 정당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지만 진정으로 파기해야 할 판결은 대법원 판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당사자인 노회찬 전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규탄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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