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사전 환담에서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으러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전 정상회담이 끝난 뒤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1차 브리핑을 진행해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두 정상의 사전 환담내용, 문 대통령의 월경 배경에 관한 내용을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로 풀려고 왔다"며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에 앞서 두 정상은 이번 회담 결과 이행을 속도전으로 전개해 문 대통령 임기 내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라며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김여정(김 위원장의 여동생)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며 웃음 지었다. 이에 다시 문 대통령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이제 마음을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했다. '만리마 속도전'은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만든 말이다. 김 부부장의 소속이 선전선동부라는 게 이 발언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환담 중에는 문 대통령의 방북 문제도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남측 환경에 있다가 평양에 오시면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며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북측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수시 만남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전통의장대와 행렬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환담에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월경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9시30분 두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에) 넘어갈 수 있겠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답해 김 위원장이 먼저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