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왼쪽에 있고, 피는 붉은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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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왼쪽에 있고, 피는 붉은 색이다”
  • 송병승 기자
  • 승인 2011.05.13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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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노동 집권 플랜’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지난 12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노동 집권 플랜’이라는 주제로 김영훈 민주노총 9대 위원장의 강연이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란 철도노동자 출신으로 2010년 1월 민주노총 9대 위원장에 선출된 김 위원장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래 최연소 위원장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며칠 전 김영훈 위원장과 식사를 함께 했는데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며 “롯데자이언츠의 골수팬이자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김 위원장을 소개했다.

김영훈 위원장의 뚝뚝 끊어지는 강단 있는 말투에서는 ‘투사’의 결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웃음에서는 그도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삶을 고민하는 또 다른 한명의 ‘노동자’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자이언츠 골수팬 부산남자가 롯데 버린 이유는? “이대호 연봉협상 결렬”
‘나는 노동자다’…모두가 계급 정체성 찾으면 ‘노동하기 좋은 나라’ 온다
“분열된 진보정당…공통 분모 찾아내서 올 9월까지 꼭 통합 이루어 낼 것”

“7월 시행되는 복수노조법, 노동삼권 형태만 남기고 사라지게 만들어”
“소수 노조는 교섭권 없으니 결렬도 없고, 결렬 없으니 파업도 못해”
“제3노총, 혁신 계기론 삼겠지만…사실상 한나라 지지하는 MB노총”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30년 롯데 골수팬…롯데를 떠나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2번 부산에 내려가 아들과 야구를 하며 놀아준다는 김 위원장은 자신보다는 아내와 아들이 더 힘들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췄다.

김영훈 위원장은 “오 대표가 롯데 골수팬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제는 롯데 지지를 철회했다”며 “롯데를 좋아했던 이유가 부산 출신이기 때문도 있었지만 최동원, 마해영, 손민한 선수 등 롯데 선수들이 ‘선수노조’를 만들려 노력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은 “이 선수들이 대부분 부당 전출당해 구단에 실망했다”며, 이어서 롯데 지지를 철회한 결정적 이유를 “지난해 이대호 선수 연봉 협상 결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월 위원장에 선출되고 얼마 후 홍대클럽에 간 일화를 묻는 오연호 대표의 말에 흠칫 놀라면서도 “당시 기타를 만드는 기업인 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공연에 지지 방문을 했던 것”이라며 “그곳 노동자들과 신나게 춤도 추고 놀았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노조와 정치는 태생적 동일성 지녀”

현재 민주노총 추산 임금 노동자는 1600만명. 이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약 5%인 80만명 정도이고 한국노총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10%의 노조 조직률을 보이는 것은 비정상적인 국가라고 볼 수 있다”며 “그 책임은 민주노총에게도 적지않다”고 반성했다.

그는 2012년 노동계의 집권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노동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태생적 동일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계의 가장 큰 화두인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문제도 ‘최저임금법’이라는 것과 직결되어 있고 이 법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최저임금현실화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독일의 금속노조가 내걸고 있는 구호인 ‘오늘 우리의 요구는 내일 우리의 법’ 이라는 구호를 소개하며 다시 한 번 노동과 정치의 연관성의 강조했다.

분열된 진보정당…“프레임 바꾸고 싶다”

민주노총은 1995년 설립 이후 노조 활동뿐만 아니라 정치적 시민권 획득에도 힘써 왔다. 그 결과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했고 이후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 당선과 14%의 지지율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2008년 초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로 진보신당이 창당되었고, 진보정당들은 이전보다 못한 지지율과 함께 화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이러한 분열 상황 속에서 “민주노총 내부도 분열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출마 때부터 가져온 생각인 “분열된 진보정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최 우선의 목표”임을 강조하고 “진보정당의 합당을 올해 9월 까지 꼭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을 위해서는 ‘노동의 사회화를 우선 진행한 후 조직된 조합원을 정당원으로 받아들인 정당 창당’과 ‘정당 창당 후 정당의 승리를 통해 조합원 확대’의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첫 번째 방법을 쓰는 것이 좋으나 반 노동, 친 재벌 주의인 현 정권 하에서는 엄청난 탄압 속에서 대중투쟁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진보정치를 통해 돌파구를 열고 그 안에서 노동의 사회화를 하자는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라는 이명박 정권의 프레임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면 다 잘사는 줄 알았는데 대기업만 잘 되고 기업주, 재벌들만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면서 “민주노총은 이 프레임을 바꾸고 싶다”고 강변했다.

김 위원장이 바꾸려 하고 있는 프레임은 ‘노동하기 좋은 나라’ 이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언급했다.

예능이 문화전체를 지배하는 시대에 가수들에게 ‘가수’라는 정체성을 찾아준 이 프로그램처럼 노동자 개개인이 ‘나는 노동자다’라는 계급적 정체성을 되찾으면 “노동하기 좋은 나라가 행복한 나라”라는 주장이 보편타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날 강연에서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좌편향, 빨갱이’라는 단어들을 언급하면서 “심장은 왼쪽에 있고 피는 붉은색”이라는 말로 마지막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강연 후 이어진 방청객들과 김영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의 전체 노조 조직률이 10% 남짓이라고 했는데 민주노총의 조직률 목표는.

△ 임기가 2012년 연말까지인데 임기 동안 100만 조합원(5→6%)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민주노총의 지향점은.

△ 지금까지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리한 바에 의하면 노동 중심의 노동 존중사회, 노동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된다.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 현행 복수노조법에 대해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이것은 한국노총도 반대한다.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단결권, 단결해서 교섭할 권리를 단체교섭권,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파업이나 폐업 등 집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단체 행동권이라 하고 이 삼권을 합쳐서 노동 삼권이라고 한다. 이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적 권리다.

그런데 만약 이 중에 하나가 없을 때는 그 노조를 노조라 볼 수 있는가. 우리는 노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지 축구동아리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노조는 노동 삼권이 보장될 때 자유로운 노조결성에 본질적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지금 현행법은 다수노조에게만 교섭권을 주는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럴 경우 소수 노조는 교섭한번 해보지 못하고, 교섭이 없으니 결렬도 못하고, 결렬이 없으니 파업도 못하는 사실상 노동삼권이 형태만 남고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허울만 좋은 복수노조 허용이다.

하지만 7월은 다가오고 복수노조는 시행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적극적으로 법 개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보다 공세적인 조직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1차 대상은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설립 운동과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는 삼성과 포스코에 노조 건립 운동이다.

- 제3노총 출범이 예정되어 있는데.

△ 민주노총의 중요한 노조인 서울지하철 노조가 조합원 투표결과 53%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됐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탈퇴가 민주노총이 그동안 잘 못한 점이 있다면 이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지하철노조가 탈퇴를 하면서 “민주노총은 그동안 너무 정치 투쟁에 일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국민을 섬기는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새로운 노총을 만들어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제 3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 KT노조, 서울지하철 노조는 사실상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MB노총이다. 지난번 4,27 보궐 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격돌 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현장에서 유세활동을 진두지휘 했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유세 첫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과격한 정치 투쟁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 역시도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반 노동자 정당과 친 노동자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뿐이다.

- 삼성에 노동조합은 불가능한가.

△ 1월 민주노총 정기 대위원대회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에 따른 민주노총 차원의 특별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특위 구성을 결의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건희는 자신의 복권시켜준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도 “겨우 낙제점을 면했을 뿐”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민주노총이 삼성 자본과 맞서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모르겠으나 복수노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삼성에 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네이버나 다음 등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기업들도 노조가 없다. 새로운 기업 군에서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부분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어떤가.

△ 민주노총에는 16개 산별 연맹이 있다. 그중 하나가 IT연맹이다. IT연맹의 숫자가 가장 적은 건 사실이다. IT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IT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적극적 지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지적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고 노력하겠다.

- 분열된 민노당 진보신당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나.

△ 진보는 분열에 망하고 보수는 부패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진보는 단결하면 이기는 것이고 보수는 부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진보가 단결만하면 이길 수 있다. 단결이 대단히 중요하다.

올해 9월까지 꼭 해내기로 약속 드렸다. 과거 갈라졌던 진보정당을 합치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양성들을 존중하면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해서 평해 달라.

△ 이정희 대표는 권영길 노동자 국회의원, 강기갑 농민 국회의원의 뒤를 잇는 진보적 지식인이다. 민주노동당의 대를 잇는 진보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국민들에게 진보를 더욱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 진보진영에서도 대선후보 한 사람을 만들어 내야 한다. 누굴 내세우겠나.

△ 참 어려운 질문이다.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이 혜성같이 등장해서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일단 총선 먼저 있고 대선이 있다. 때문에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돌파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총선을 보고 이후 충분히 열어 놓고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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