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 회장직, ‘독이 든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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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코 회장직, ‘독이 든 성배’
  • 박성수 기자
  • 승인 2018.04.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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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성수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 회장은 정권 교체와 맞물려 회장직이 모두 사퇴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그동안 포스코 회장은 외압을 견디지 못하고 교체되는 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포스코는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정치권의 외압에 시달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태준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고강도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를 버티지 못하고 사임후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등 회장이 잇달아 바뀌었다. 황경로, 정명식 전 회장은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으며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다.

이구택 전 회장은 2003년 회장에 선임된 후 200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 2009년 정치권 외압 논란 가운데 사퇴했다.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빈만찬, 청와대오찬, 베트남 국빈방문사절단 등 대통령의 주요 행사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외압논란이 거세졌다. 정 전회장도 연임에 성공했으나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권오준 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외압논란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포스코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더 열정적이고 젊은 인재에게 자리를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의 사퇴이사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권 회장은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포스코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계열사를 정리하고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작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연임에 성공한 후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도 리튬사업이나 바이오사업 등을 설명하며 향후 경영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창립 50주년 행사가 끝나고 불과 한달도 되지 않아 돌연 사퇴를 발표한 것은 경영 외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로 인해 회장이 바뀌는 포스코의 반복되는 전통이라는 말도 있으며 또다른 쪽에서는 권 회장이 검찰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자진 사퇴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으나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도 회장직을 사퇴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23일 1차 승계카운슬을 열고 후임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디 다음 회장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아닌 축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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