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킨 배달료 인상…꼼수인가 고육지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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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킨 배달료 인상…꼼수인가 고육지책인가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4.24 09: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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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교촌치킨이 건당 배달료를 2000원으로 인상한다. 이를 두고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과 가맹점주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 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교촌치킨은 다음달 1일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시행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교촌은 배달 운용 비용의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판단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배달 인력난과 배달 서비스 운용 비용의 상승은 가맹점 운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며 “가맹점의 악화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검토된 여러 방안 중 배달 서비스 유료화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치킨업계는 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엄청난 뭇매를 맞고 이례적으로 인상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각 업체는 줄줄이 이어지는 물가 인상에도 숨죽이고 있었고, 결국 업계 1위인 교촌이 가장 먼저 인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론이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지난해 BBQ 등이 가격인상을 발표하자 곧바로 제동을 걸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용하다. 이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까지 외식물가가 계속해서 상승한 데다 이번 배달료 인상은 직접적인 메뉴 가격 인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교촌은 가격인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배달 서비스 이용 시에만 배달료가 적용되며 기존 메뉴 가격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배달료 명목의 돈은 100% 점주들이 사용하는 만큼 본사가 이득을 취하는 부분은 없다고도 설명했다. 오히려 교촌은 이번 배달료 정책이 불매로 연결돼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번 배달료 문제는 최근 급성장한 배달 어플의 활성화와도 연관돼 있다. 몇 년 전엔 이 배달료를 두고 배달어플업계와 치킨업계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킨업계 입장에선 배달 수수료가 경영 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반면 배달어플업계 측은 가격 인상을 배달 수수료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선 이번 교촌의 배달료 인상은 꼼수 인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난해 논란을 돌아볼 때 실질적 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것을 고려해 회피 방편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배달어플의 성장이 오히려 시장 파이를 늘려 치킨업계의 전체적 매출은 늘었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이번 교촌의 배달료 책정은 꼼수와 고육지책 사이 어딘가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치킨업계에선 다음 가격 인상 총대를 누가 멜지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고육지책이라 할지라도 분명한 점은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치킨업계는 묘수를 찾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배달 운용비가 수익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인지는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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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2018-04-29 09:55:51
업주 입장에서는 배달료가 맞지만... 아무래도 사먹는 입장이다보니 그렇게 곱게 보이지는 않죠. 기사 잘 봤습니다.^^

이뻐요 2018-04-25 09:21:52
이뻐요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