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與野만 바뀐 채 "댓글 공세는 대선 불복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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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與野만 바뀐 채 "댓글 공세는 대선 불복 선언"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4.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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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요구에 민주당 "명백한 대선 불복" / 5년전 국정원 댓글에 문재인 성명서 발표 / 새누리당 "대선 불복 선언" 프레임으로 맹공
자유한국당 등 야 3당은 23일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의혹,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공동발의하고, 국정조사요구서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윤슬기 박규리 기자]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이 다시 확인됐다. 23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3당의 '댓글조작 특검' 요구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불복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5년전 국가정보원의 댓글사건에 청와대의 입장표명을 요구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의 성명에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도 "대선 불복 선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 야3당 "특검 받으면 국회 정상화"

야3당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공동발의하고, 국정조사요구서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회동에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표·김동철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등 야3당의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야 3당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이 상식과 정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현재 경찰과 검찰이 진실규명의 책무를 담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하며, 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입장문에는 △국정조사 요구서 공동 제출 △포털 및 여론조사 등의 제도개선 △특검 수용되면 국회 정상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추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이번 주는 최대한 정쟁 자제 등 6가지 합의사항이 담겼다.

▮ 민주당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

야3당의 요구에 민주당 지도부는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며 특검은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특검 수용 문제를 지도부의 결단에 일임한 상태였다. 청와대 역시 이날 특검 도입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이 내리는 어떤 판단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실상 여권 전체를 대표해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 국회의장과 함께 한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3당이 오늘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이라는 공동 입장을 발표했고 또 공동으로 발의한다는 특검법의 명칭이 대통령 선거 불법 댓글 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이라고 이름을 정하고 있다. 또한 당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직접 거론하는 논평도 냈다"며 "이러한 선언은 명백한 대선 불복 선언"이라고 했다.

▮ 2013년 10월 문재인 성명서 파문

이날 여야 간 공방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국정원 댓글 정국을 연상시킨다. 특히 2013년 10월 23일 대선 패배 후 다시 모습을 보인 문재인 의원은 성명서를 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으며,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행사됐다"며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국정원과 경찰, 군과 보훈처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국정원 댓글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했다. 문 의원의 성명에 민주당 의원들도 2012년 대선을 '부정선거'라며 거들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대선불복을 하려면 법적 절차를 밟으라"(황우여 대표)라거나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싶은 민주당의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국민을 호도하는 정쟁을 그만두라"(최경환 원내대표)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선 패배의 한풀이'라는 게 당시 새누리당의 대응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론전을 멈추지 않았다.

▮ 野 "특검 거부하면 대국민 서명운동 전개"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야당들은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계속해서 특검을 거부한다면 앞으로 야권 공조하에 대국민 서명운동도 전개하겠다"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거덜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5년전 새누리당의 대선불복 프레임 영향으로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처럼 아직까지 야당의 특검 주장은 큰 반향을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20일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발표에 따르면 '드루킹 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하나, 특검을 도입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52.4%가 '특검까지 도입할 사안은 아니며, 검찰수사로 충분하다'라고 답변했다. '검찰수사로는 부족하며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답변은 14.3%포인트 적은 38.1%로 집계됐다. 9.5%는 '잘 모름'이라고 답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수사로 충분하다'는 응답이 69.0%로 나타났고, 보수층에서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53.2%를 차지했다. 중도층에서는 '검찰수사로 충분하다'(48.6%),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42.4%) 등으로 나왔다. 반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답변 비율은 20대(47.2%)에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에서도 44.8%가 특검 도입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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