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원’ 서울시금고 놓고 4대 시중은행 자존심 건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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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원’ 서울시금고 놓고 4대 시중은행 자존심 건 한판승부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4.2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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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우리·KEB하나銀 유치 위한 적극 행보 눈길
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유치를 놓고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사진= 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연 32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유치를 놓고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5일부터 30일까지 은행들의 제안서를 접수한다. 내달 중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한 뒤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맡게 된다. 

서울시금고 은행으로 낙찰 받으면 한 해 31조8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예산과 기금 등을 맡게 된다. 평균 10조원이 늘 금고에 있어 정부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 관계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은 물론,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금고 규모의 26%를 차지하는 서울시 금고를 맡게 되면 다른 기관 영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예년과 다르게 우리은행이 서울시가 경성부였던 1915년부터 지금까지 103년간 독점으로 해왔던 것을 복수 금고체제로 전환해 다른 은행들도 입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복수 금고체제’는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1금고, 기금 관리는 제2금고에서 담당한다. 1금고는 돈을 입출금하는 일종의 통장 역할이며 2금고는 돈을 일정 기간 넣어두는 예금 성격이다. 결과에 따라 1금고에 선정된 은행이 2금고를 함께 맡을 수도 있고 두 개의 은행이 각각 금고를 나눠 맡을 수도 있다. 

이처럼 탐나는 시금고 규모와 체제전환으로 인해 현재 서울시금고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KB국민·신한·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은행들의 은행장이 직접 나서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허인 KB국민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말 취임과 동시에 시금고 유치 전략에 나섰다. 올 초 조직개편에서 기관영업 부서를 기관영업부로 확대해 힘을 실어줬던 것은 물론 관계자들에게 ‘서울시 금고가 복수 입찰이 가능해지면 무조건 유치하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앞서 허 행장은 지난달 초 김환국 중앙지역영업그룹대표와 함께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을 찾아 시금고 복수체제 전환에 대해 환영을 표하는 등 KB국민은행의 적극 의사를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 유치 도전은 이번이 3번째다. 2010년 첫 도전장을 내민 뒤 2014년 두번째에 이어 이번까지 8년간 서울시 금고사업권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준비된 시금고 은행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서울시 제안작업 태스크포스팀(TFT)을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하는 등 꼼꼼한 준비 작업은 물론 시금고 시스템의 80%에 관한 구축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이미 파악해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다. KEB하나은행도 자산관리(WM) 전문성을 무기로 서울시에 적극적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0년간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수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1600명이 넘는 금고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 1억건 이상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OCR(광학문자인식)센터를 운영 중이다. 

1988년 시금고 수납시스템 전산화 이후 29년간 무사고·무중단·무결점의 운용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또 서울시내 최다인 408개의 영업점과 1065개의 자동화코너를 운용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수단만도 20여개가 넘는 등 이미 서울시민의 생활에서 밀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이러한 치열한 경쟁과 달리 막대한 출연금 지출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지출된 출연금을 대출 금리 상승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지난 4년간 서울시에 1400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당시 공개입찰 경쟁에 참여한 신한은행은 800억원 수준, KB국민은행은 시스템 개발비를 포함해 28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의 막대한 자금만 기관으로 흘러가고 과도한 경쟁 비용지출은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도 있다”면서 “은행 자체적으로 별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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