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몰타선언 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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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몰타선언 판 깔렸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8.04.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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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선 변화에 트럼프 대환영 / 판문점 종전선언 현실화 기대
북한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과거 세계적 냉전체제를 종식시킨 '몰타선언'과 같은 역사적 종전선언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동결’을 대내외적으로 선언,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환영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비핵화 협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성과를 얻기 위해 22일 외부일정을 접고 회담 준비에 열중했다.

전날 북한 매체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물론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까지 비핵화 협상 타결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가 나온지 1시간만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했다. 이어 5시간 뒤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진전'이라는 단어를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도 북한의 발표 직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총력을 기울이며 문대통령의 내외부 일정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22일부터 청와대 참모진 회의 등 내부회의에만 집중하고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을 예정이다. 남은기간동안 북한의 노선변화와 함께 비핵화 로드맵, 종전선언 준비를 깊이 있게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새로운 전략노선을 발표한 것은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기 전 국면전환의 구체적인 첫 조치이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를 호소함과 동시에 국제 정세에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비핵화의 첫 단계인 '핵동결'을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전개가 전망된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과거 1980년대말 구소련의 행보와 닮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7년말 구소련은 미국과 미사일 군축에 합의하고 2년 뒤 지중해 몰타섬에서 미국과 다시 만나 동서냉전을 종식시킨 몰타선언을 내놨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확고한 독재체제를 기반으로 최단기간 성과를 내려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판문점 회담이 남북 간 관계를 넘어서 한반도의 주요 당사자, 특히 북미간의 문제가 풀리는 계기가 된다면 몰타회담보다도 훨씬 더 상징적인 회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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