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도시바 반도체 인수 지연… ‘큰 그림’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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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도시바 반도체 인수 지연… ‘큰 그림’ 차질 빚나
  • 이우열 기자
  • 승인 2018.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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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승인 없어 작업 마무리 늦어져…최태원 회장은 ‘낙관’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은 지난 3월 도시바 메모리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어느덧 5월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작업으로 그렸던 ‘큰 그림’에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반도체 사업 매각 2차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독점금지법 승인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은 지난해 9월 20조원에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약 4조원을 투자했다. 당시 한미일 연합은 2018년 3월까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5월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앞서 1차 기한이었던 지난달 31일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어  2차 기한에도 매각을 완료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독과점 방지를 위해 인수합병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주요 8개 국가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한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 브라질, 필리핀, 대만 7개국의 승인은 나온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는 중국이 고의적으로 관련 승인을 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에 주력하면서 다른 나라 기업의 경쟁력 상승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또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여파가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에도 훼방을 놓고 있다.

예상보다 마무리가 늦어지면서, 재협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부 도시바 주주들이 최근 반도체사업의 가치 상승으로 과거 도시바 매각이 너무 낮은 가격에 이뤄졌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도시바가 이번 매각에서 내달말까지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매각을 중단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향후 결과에 따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발표하며 그렸던 그림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90%가 D램에서 발생한다. 낸드플래시는 경쟁력 강화 단계에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1.6% 점유율로 5위 사업자다. 삼성전자(40.4%), 도시바(16.2%), 웨스턴디지털(14.8%), 마이크론(9.9%)가 1위부터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소 여유로운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 지연에 대해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중 무역분쟁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상황을 낙관했다. 이어 그는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런건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4조4000억원, 2분기 4조8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2분기 72단 3D 낸드의 기업용 SSD 양산 공급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돼 SK하이닉스 낸드의 중장기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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