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네이버 장삿속에 멍든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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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네이버 장삿속에 멍든 민주주의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4.1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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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지난 연말 대통령의 국빈방중 도중에 수행기자단 사진기자들이 중국 경호원에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중 ‘쇼비니즘’ 광풍이 몰아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다. 상상도 못했다. 마치 중국인 댓글부대가 장악한 듯 전후사정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중국 경호원이 잘했다는 댓글들이 상위댓글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알고 보니 친문 네티즌들의 이른바 ‘좌표 찍기 공격’이었다. 같은 현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봉주 등 친문 인사들이 구설에 오르는 기사에는 어김없이 ‘좌표 찍기 공격’이 있었다. 그러다 결국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이 터졌다. 터질게 터진 것이다.

‘좌표 찍기 논란’에도 움직이지 않던 네이버는 드루킹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댓글 노출 순서를 ‘순공감순’에서 ‘최신순’으로 변경하고, 아이디 1개당 댓글 작성 개수를 현행 20개에서 더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출범한 뉴스댓글이용자포럼에서 대책을 마련한 뒤 적용시키겠다고 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댓글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바꿔봐야 최신 댓글을 계속 쏟아내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은 물론이고, 정답을 두고 왜 엉뚱한 대책을 내놓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포털은 네이버처럼 포털에서 댓글을 달게 하지 않는다.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고, 해당 언론사에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한다. 이 단순한 해답을 네이버라고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장삿속이다. 이용자들이 오래 머물러야 회사의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어쩌면 여기까지 예상했는지 모르겠다. 그는 블로그에서 네이버에 둥지를 튼 이유에 대해 80%의 시장을 장악한 거대기업이니 외부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이버의 장삿속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의 기사 제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버티고 버티던 네이버는 2015년 10월에야 외부기관에 이 문제를 위임했다. 바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하지만 당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탄생 배경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처음에는 청와대 모 비서관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당사자는 “광고주협회쪽의 입김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실제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이를 확인하듯 공개석상에서 인터넷 뉴스 생태계 문제의 원인에 대해 “포털의 뉴스제휴 정책의 실패에 있다”고 했다. 네이버에게는 최대 광고주인 대기업의 엄포가 가장 무서웠을 것이다.

이처럼 장삿속 밝은 네이버의 굼뜬 엉덩이가 언제 움직일지 걱정이다. 당장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전 기간 누군가 인원과 장비를 갖추고 여론 조작에 나선다면 과연 네이버가 이를 막을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단지 댓글 조작에 그치지 않고 검색 결과 자체를 흔들어 여론마저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미봉책으로 시간을 끈다면 그 대가를 한국 민주주의가 치러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그 대가를 치를 만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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