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글로벌 M&A 등 대내외적 숙제 남아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개월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해묵은 숙제’를 푸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서는 등 이재용식 ‘뉴 삼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무노조 경영 탈피-순환출자고리 해소 ‘뉴 삼성’ 박차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 17일 사내하청 근로자 8000여명을 모두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파격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그동안 삼성이 이어온 ‘무노조 경영’을 접겠다는 의지가 담긴데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인건비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8000명은 삼성 주요계열사의 한해 전체 채용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앞으로 자사 사업장 외에 협력사의 작업환경이나 사업환경도 챙기겠다”고 언급한 데 있어 이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정부의 친노조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삼성의 무노조경영 폐기에 찬성한 바 있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노조 인사로 꼽힌다.
이달 초에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을 통해 일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삼성SDI에 삼성물산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삼성SDI에 8월 26일을 시한으로 제시했으나, 4개월 가량 빨리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현재 삼성그룹에 남아있는 순환출자고리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총 4개다.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노조 와해-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등 최근 많은 논란으로 인해 비판 여론이 급증하고 있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지배구조 개편, 글로벌 M&A 등 대내외적 숙제 남아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은 현재 삼성에 주어진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삼성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금융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다양하게 관측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응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만남을 필두로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모두 일자리 창출방안을 내놨다. SK그룹은 최근 2020년까지 총 80조원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약 2만8000명을 새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해 4만5000명을 고용하고, 340억원을 투자해 사회적 일자리 300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업 확장 부분에 있어서는 역시 글로벌 M&A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자동차 전자장비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그가 해외 출장을 다녀온 데 있어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물밑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 부회장의 출장 기간 동안 삼성은 프랑스 파리에 인공지능(AI) 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26일 이사회 참석여부 관심
최근 삼성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오는 26일 예정돼있는 이사회에 이 부회장이 참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이 부회장은 외부 노출을 자제하면서 경영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언제 경영 일선에 복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삼성이 최근 해외 각지에서 신뢰도 높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 등으로 꼽히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많은 잡음이 일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