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文 경선 압승 우연 아냐...2200명 권리당원 만들어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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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文 경선 압승 우연 아냐...2200명 권리당원 만들어 참여”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8.04.1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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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기간 여론전 벌인 정황 블로그에 드러나 / 민주당 권리당원 가입운동 벌이고 2200명 가입 주장 / 2200명으로 문재인 대통령 경선 압승 이끌었다고도 / 코어조직 400명 전체 1500명으로 수십만 동원 주장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드루킹’(오른쪽)이 지난 1월 서울 모 대학에서 자신의 경제적공진화 모임 주최로 연 안희정 충남지사 초청강연에 앞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댓글조작 수사를 받고 있는 전 민주당원 드루킹(인터넷필명, 김모씨)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 개입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선 압승 등을 이끌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의 글에서는 대선 본선 여론전 움직임도 나타나 있다.

▮“우리가 손 놓았다면 정말 위태로운 경선 됐을 것”

드루킹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이 현재 폐쇄된 상태. 다만 ‘드루킹의 보물창고’라는 블로그는 17일 다시 열려 접근이 가능하다. 드루킹은 “네이버에 둥지를 틀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회원들의 개인정보나 대화내용은 네이버 카페에 남겨두지 않는다”며 독립된 서버를 사용 중이라고 회원들에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만인에 공개된 네이버 블로그의 글에 댓글조작과 관련한 단서를 남기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그의 주장 정도는 블로그 글에서 찾을 수 있다.

드루킹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다음날인 4월 4일자 글에서 경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영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모두 받는 대선후보 문재인의 선출”이라고 평가하고는 “문재인의 압도적 경선 승리는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을 지키고 2007년의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칼을 뽑겠다고 선언, 민주당의 권리당원 가입운동을 펼쳤었고 2200명이 넘는 권리당원을 만들고 저도 더불어 민주당에 가입하여 이번 경선에서는 광주, 대전, 부산, 서울의 경선장에 모두 참여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처럼 손쉽게 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정말 위태로운 경선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송민순 회고록 사건 막는 데 2200명 힘 있었다”

드루킹은 자신의 개입이 당시 경선 중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제가 문 대표의 경선 승리를 돕겠다고 나선 직후 2016년 10월에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이 터졌다. 하루에만도 문재인을 공격하는 똑같은 제목의 기사를 50개씩 쏟아내던 언론을 잊지 못한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필사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문 후보는 치명타를 입었을 수 있고,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드루킹은 자신과 함께 활동하는 이들을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자신들의 활동으로 송민순 회고록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의 일원이었던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빙하는 움직인다’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었으며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이 관련 회의를 주도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렀다. 송 전 장관은 이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그렇게 받아들일 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드루킹은 송민순 회고록 사건 직후인 2016년 11월에도 자신들이 활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번의 위기가 더 왔다”며 “국민의당이 탄핵투표를 연기하려는 꼼수를 부리려 했을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많은 시민들이 제 블로그 글을 읽고 호응을 해주었다. 2~3일 사이에 대략 30만명 정도가 제 블로그를 방문하였으니 퍼나른 글을 아마 대개의 시민들이 한번은 보았을 것”이라고 했다.

드루킹은 이어 “송민순 회고록 사건, 탄핵연기 사건을 거치면서 문재인은 살아남았고, 거기에는 분명히 저와 함께 힘을 보탠 2200명의 힘이 있었다”며 “2200명의 당원이 그보다 훨씬 많은 국민선거인단을 끌어모았다”고 했다.

▮“코어조직 400명, 몇십만 사람도 뭉쳐낼 수 있어”

이처럼 자신들의 활약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을 이끌었다고 자평한 드루킹의 시선은 이어 대선 본선으로 향했다. 그는 “남은 한 달 이명박근혜의 잔당들과 그의 꼭두각시들이 문재인에 맞설 것이다.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언론에서는 문재인에게 불리한 기사만 쏟아낼 것이다. 네이버같은 포털의 기사댓글은 수천 개씩 이명박의 꼭두각시를 찬양하고 문재인을 깎아내리는 댓글로 도배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이 힘을 모아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2012년의 결과가 반복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고 댓글을 달고 전화를 하면서 그를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그가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인원으로 어느 정도의 활동을 벌였는지는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다만 이와 관련 그는 다른 블로그 글에서 자신의 조직에 대해 “이석기의 조직보다 더 단단하고 강할 것”이라며 “우리는 수직적인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피동적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들의 강점으로 ‘코어조직’(핵심조직)의 존재를 꼽았다. 그는 “미네르바 사건이나 나꼼수, 또는 아고라가 주도했던 2012년 대선부정선거 불복운동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동조하고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지만 이것을 한군데로 모아낼 코어조직의 부재였다”며 “오늘날의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는 코어조직만 400명에 전체는 1500명에 달한다. 몇십만의 사람들도 뭉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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