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후분양제, 어차피 도입될 것이라면
상태바
[데스크칼럼] 후분양제, 어차피 도입될 것이라면
  • 송경남 기자
  • 승인 2018.04.18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경남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정부는 이르면 5월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안을 확정 고시하면서 후분양제 로드맵을 담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4월 임시국회 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정률이 80% 이상인 경우에만 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 민간에서의 후분양제 의무화 및 시행시기 등을 결론 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후분양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은 선분양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의 선분양제는 지난 1977년 도입됐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출로 주택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주택을 지을 건설사와 자본이 부족하자 정부는 선분양제를 끌어왔다. 건설사들은 소비자 중도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해 특별한 자금 조달 어려움 없이 주택을 공급,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소비자들 역시 2~3년이라는 시간차(공사기간)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선분양제는 건설사(사업자)가 분양가를 미리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왔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양산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또 부실시공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반면 후분양제는 어느 정도 지어진 주택을 직접 보고 구입하기 때문에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견본주택 설치 및 홍보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다. 또 주택 사업자의 부도에 따른 입주 지연을 막을 수 있고 분양권 전매도 사라진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후분양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도다. 사업자가 자체 자금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 건설사는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하면 도산할 위험성도 있다.

지난 2월 중소 주택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주택건설협회 심광일 회장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축소하고 주거 불안을 초래하는 후분양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김대철 한국주택협회 회장이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후분양제로 인해 우량, 비우량회사 간 자금조달 능력에 차이가 커 공급이 줄어들 문제가 있다”면서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 도입하는 게 좋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변심했다’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차피 도입될 제도라면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실리는 챙기는 게 낫다’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는 이미 후분양제의 큰 윤곽을 확정한 상태다. 건설업계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소비자들에게 ‘건설사가 제 잇속만 챙기려 한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