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소득주도성장론 무색 가계지갑 더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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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소득주도성장론 무색 가계지갑 더 닫혔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4.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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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증가 기대와 달리 실업 증가하며 소비 직격타
2017년 가계별 최종소비지출(명목)에서 필수지출 품목의 비중은 41.1%로,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지난해 가계가 꼭 필요한 품목 위주로만 소비하는 필수지출 비중이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소비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계의 지갑은 꼭 닫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과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실업 증가가 가계 소비를 더 위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의 가계 목적별 최종소비지출을 보면 지난해 필수지출 품목으로 구분되는 4개 품목의 지출 총액은 317조230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772조6778억원)을 감안할 때 필수지출 비중이 전체의 41.1%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년(40.4%)보다 0.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99년 4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990년 44.9%를 기록했던 필수지출 비중은 2000년 40.8%를 기록한 이후 2001~2015년 동안 30%대를 유지했다. 이후 2016년 40%에 진입했고 지난해 또 상승한 것이다.

필수지출은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 12개 항목 가운데 4개 항목으로 파악하고 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식생활 관련 지출) △임료 및 수도 광열(전·월세·수도·관리비 등) △가계시설 및 운영(가구·가전 등) △의료 보건(병원비 등) 등이다.

이외의 항목은 주류 및 담배, 의류 및 신발, 교통, 통신,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등으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지출이다.

18년 만에 필수지출 비중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그 원인으로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우려로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증가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경기, 소비심리가 좋지 않아 가게가 소비를 자제하는데 필수 지출 항목인 식료품 물가가 오른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9%였던 것에 비해 식료품·비주류 음료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률을 배제하기 위해 명목이 아닌 실질 기준으로 본 4개 품목의 지출도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중 39.7%를 차지해 2001년(40.6%)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꼭 필요한 것 외엔 소비를 잘 하지 않으려는 가계의 소비 성향은 앞으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살리려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빨간불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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