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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두 개의 시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비극은 무엇일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잠을 자고 다시 출근하기 위해 눈을 뜨는 반복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성취감이 중요하며 권태감을 견딜 수 없어한다. 현대인의 운명이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를 수천 번 보내고 나면 삶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든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방황이 시작된다. 이렇게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 이원철 작가의 ‘타임(TIME)’ 연작이다.

이원철 작가의 ‘타임’ 연작은 시계를 통해 시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의 작품들에는 프라하, 런던, 오스트리아 빈 등 세계 여러 도시를 대표하는 시계탑이 등장한다. 그런데 하나같이 시침 분침의 시계 바늘이 잘 보이지 않는 시계탑들이다. 시계 바늘은 흐릿하거나 뭉개져 있다. 이는 이원철 작가가 긴 시간 동안 한 공간을 담는 장노출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장노출 기법으로 인해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사진에서 사라져버렸다. 시계의 바늘은 물론이고 시계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모두. 사람들이 마치 안개처럼 흐릿한 잔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묘한 잔상에서 오히려 실재하는 시간이 느껴진다. 명확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계탑의 고정된 부분들은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다.

그리스어에서는 시간을 구분하는 2가지 단어가 나온다.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는 물리적 시간으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다. 무한히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을 의미한다. 카이로스는 정신적이며 주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시간을 의미한다. ‘타임’ 연작이 보여주는 시간이 바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다. 시계탑은 영속하는 듯하지만 실은 우리 삶에는 의미 없는 시간이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 시계바늘과 시계탑 주변을 지나는 인간들의 시간이다. 우리 삶에 중요한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의 시간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의 시간이다.

우리 일상에서 지속되는 것은 쉽게 눈에 띄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흐릿하게 남을 뿐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는 그래서 우리에게 회의감을 안겨준다. 이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움직이는 것을 잔상이 아닌 실체화시켜야 한다. 각자의 카이로스가 필요한 이유다.

이원철 '타임-프라하'. 사진=더 트리니티
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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