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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굳게 닫힌 中 배터리 시장…합리적 낙관주의를 갖자
산업부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포로 생활을 겪은 미국의 해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베트남 전쟁 당시 약 8년간 포로로 잡혀있던 스톡데일과 동료들의 이야기는 합리적 낙관주의와 막연한 낙관주의가 불러오는 큰 차이를 잘 말해준다.

스톡데일은 언젠가 석방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냉정하게 직시했다. 그는 언젠가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번에도 나가지 못할 것을 대비했다. 그래서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면 ‘막연한 낙관’을 가진 동료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풀려나겠지’,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나겠지’, ‘추수감사절이 되면 나갈 수 있겠지’. 이런 막연한 기대는 계속되는 절망으로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왔다.

굳게 닫힌 중국 배터리 시장을 보고 떠오른 일화다. 중국 정부의 차별적 보조금 정책에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을 제외한 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펼쳐야 했다.

이후 한중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정치국원의 발언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번에는 보조금 제재가 풀리겠지”하는 실낱같은 기대감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중국의 보조금 목록에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없었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중국의 보조금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깔리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이들 업체는 현실의 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최적의 대처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동시에 언젠가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합리적 낙관주의’의 태도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유럽 등 여타 지역으로 수출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소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동시에 보조금 정책 일몰 이후 중국 시장 재진입을 위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에도 못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설적인 태도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것을 믿어본다.

변효선 기자  gytjs4787@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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