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법의 토지공개념, 정부실패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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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헌법의 토지공개념, 정부실패가 두렵다?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18.04.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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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매일일보] 토지공개념 개헌으로 사회가 어수선하다. 청와대는 “현행 헌법에서도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다고 하면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한다”고 발표했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조항을 헌법에 사상초유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인식대로 현행 헌법에서도 토지공개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즉 헌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거나 법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밝힌 것처럼 새로운 조항을 추가한 국가는 거의 볼 수 없다.

특히 정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라는 목적을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영향이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소득 불균형은 대부분이 근로소득에서 기인하므로 여기에 대한 대책이 근원적 처방이 된다.

그런데 소득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규제하여 불평등 심화를 막겠다는 것이 실효성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도대체 어느 지역이, 그리고 얼마만큼 올라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된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라는 문구도 있는데 이것도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국가들이 공공성과 합리적이라는 말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한 결과가 사회주의 몰락과 정부실패로 나타났다. 지금도 현행 헌법을 기반으로 하여 공영개발을 할 때 주민들 의견을 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토지수용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재산권 침해로 여겨지고 있다.

얼마 전 수만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린,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로또청약도 정부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당첨자를 규제함에 따라 나타난 정부실패로 보아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넣고 말고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동시에 비교해 국가적으로 무엇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수십 년 동안 반복된 낡은 정책을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주거안정과 서민 주거복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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