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혈세 부어도 한국 내수 침체…외식물가만 껑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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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특별기획] 혈세 부어도 한국 내수 침체…외식물가만 껑충(종합)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04.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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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전반적 물가 1%대 상승률 그쳐 / 되레 일부 최저임금 취약업종은 직격탄 / 내수 안 뜨면 혈세로 임금 추가지원 악순환

[매일일보 박숙현 김아라 기자]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퍼부었으나 내수침체는 계속되는 반면 외식물가만 껑충 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1%대 물가상승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3개월 연속 1.5%를 밑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1.4%였다. 근원물가지수란 일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격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뺀 것으로, 실질적인 수요에 따른 물가 추세 확인이 가능하다.

소비자물가지수나 서민 체감도를 반영한 생활물가지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3월 지수가 전년 대비 1.1%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2.1%로 그나마 비교적 올랐다. 농수산물이 4.7%, 수산물이 5.2% 올랐다. 쌀 가격은 26.4% 급등하며 월 단위 전년 대비 상승 폭으론 21년9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쌀값 급락 이후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쌀 생산량 감축을 추진한 결과다. 오징어도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33.1%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내수 선순환 조짐 없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도 일부 나타났다.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부문이 2.9% 올랐다. 음식 및 숙박 부문도 2.5% 상승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물가 인상 폭은 제한적이었다. 나머지 대부문 항목 물가인상은 0~1%대에 그쳤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을 높여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가계는 지갑을 닫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최종소비지출 비중은 역대 최저인 48.1%까지 떨어졌다. 체감 경기가 나쁘다 보니 민간 소비 주체인 가계가 번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레 일부 최저임금 취약업종만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식업체 300곳 중 77.5%가 올해 최저임금 적용 이후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응답 업체의 올해 1∼2월 월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1%, 30.1% 줄었다. 특히 응답 업체 중 80.4%는 향후에도 경영 상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전문가는 “(보통 경기 불황에서 나타나는)디플레이션의 문제는 그대로 지속되면서 필수적 재화의 가격상승으로 체감 물가만 더 악화되면 구매력이 나빠지기 때문에 (경기 불황)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금으로 임금지원...소득재분배 그칠 수도

이에 따라 정부가 개입,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면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아닌 소득재분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금을 걷어 임금을 올리는 정부 주도의 임금인상 정책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장기 세제개편에 집중하고 민간 투자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발표한 ‘4월호 경제동향’에 따르면 1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임금은 올해 최저임금인상의 영향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금 인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추진하려면 정부는 내년과 내후년 연속으로 올해 수준인 16% 안팎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일은 6월 28일로 예정돼 있고, 이에 따라 올해 3조원으로 편성된 일자리 안정자금의 내년도 지원 규모도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세법개정으로 국세 갈수록 증가 추세

우선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임금 인상 정책은 재원 마련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세금을 걷어 임금을 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부의 세수확보는 ‘부자증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라 △고소득자 과세 표준 인상 △대주주 주식양도착익 과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단계적 감소 등으로 2018년~2022년간 총 23.1조원(연평균 5.3조원)의 국세가 증가할 것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정개혁특위의 논의를 거쳐 8월께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보유세·거래세·양도소득세·임대소득세 등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절차에 들어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본격 출범한다.

▮세금 투입 효과 실효성 논란

그러나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임금을 인상하더라도 이것이 소비여력 증가 등 내수확대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수활성화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민간소비지출 비중, 국민처분가능소득 비율, 경제활동인구 비중, 내구재 소비 비중 등이 높아지면 내수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투자확대도 중요 과제로 지목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노동자의 소득을 늘려 전체 소비를 부양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거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임금 인상 정책은 실업률 상승과 세금 투입 효과 실효성 논란 등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급격한 최저임금 추가 인상은 실업률 상승 등을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호봉제를 따르는 임금체계상 하위직급의 임금을 올리면 임금 동일화 또는 임금 역전 해소를 위해 전체 임금이 상향조정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국회 환노위에서 논의 중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이 주목된다. 대기업의 연간 정기상여금(최저임금 미포함) 평균은 449%로, 정부발 임금상승 요인에 따라 오히려 고용위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우려 등도 제기

아울러 재정건정성과 집행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조세부양성의 변동폭의 표준편차가 OECD에 비해 큰 편이다. 조세부양성이란 경상성장률 변동에 대한 조세수입의 변화로, 변동폭이 크면, 즉 세수 증가율이 왔다갔다 하면 정부의 세수 예측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지난해 세수 전망과 실제 걷힌 세금의 차이는 14조3000억원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세수호조를 보이면 예상치 않은 재정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4조원 규모의 추경도 지난해 거둬들인 예산의 잉여금 등으로 집행된다. 그러면서 정부는 신속한 집행 등을 이유로 청년 일자리 사업 관련 9개 대형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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