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해용품 환불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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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해용품 환불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8.04.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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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그야말로 믿고 사용할 제품이 없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7년여가 지났지만 탈취제, 화장품, 생리대 등 각종 생활용품을 둘러싼 화학물질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만든 기업의 태도도 변함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당 상품을 즉시 수거하고 사과, 환불하는 등 과거보다는 발빠르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하려는 흔적이 엿보이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특히 환불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은 소비자 마음을 두 번 할퀴고 있다.

최근 잠잠하던 화학포비아가 되살아나게 한 곳은 피죤이다. 피죤은 섬유탈취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PHMG)이 검출돼 제품 환불을 실시했다. 하지만 피죤은 일부 책임은 원료제조사에 있다며 해당 업체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원료업체들에게 유해물질이 없음을 검증한 확인서를 받고 원료를 공급받았고 사전에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사 제조사의 잘못이라고 한들 이는 제품 검수 전반에서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사과는 했지만 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뒤이어 아모레퍼시픽도 중금속 화장품 논란에 휩싸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부 컨실러 등 제품이 중금속 허용 기준을 초과해 교환·환불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교환·환불일을 다음달 2일까지로 한정해 소극적 대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채 2주도 되지 않는 기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메디안 치약에서도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환불을 진행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구매처, 판매처,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무관하게 환불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환불 조건이 달라 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당시 취재 결과 마트에 따라 환불 기간, 환불 가능한 종류가 달랐으며 같은 제품이어도 환불 가격에 차이가 있었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환불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환불 신청 단계에선 회사 측이 온라인 공식몰 단가를 측정 기준으로 삼은 탓에 소비자들은 실제 구매가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의 환불액을 받아봐야 했다. 환불을 시작한지 4개월여가 지난 작년 연말에도 입금액 차이, 고객센터 연락두절 등 불만글이 쇄도했고, 아직까지도 잡음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환불에 비해 식약처가 유해성이 미미한 정도라고 발표한 직후 문제의 생리대는 매대를 빠른 속도로 채웠다. 소비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최근엔 처음으로 해당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자사는 피해자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련의 환불 사태를 비춰볼 때 깔끔하지 못한 사과는 늘 화를 키웠다. 유해물질이 검출된 이상 변명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진짜 피해자는 소비자뿐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당장 눈앞의 손해에 매몰되지 말고, 적극적인 사과와 대처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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