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포스트 이광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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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포스트 이광재’는 누구?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4.08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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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시리즈 기획] 강원大戰…최문순vs.엄기영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대한민국의 최변방 강원도가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민심이 지난해 6·2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여아는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홀대와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을 받는다고 자조하던 강원도민들은, 여야 간의 치열한 경쟁이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다. ‘대통령에 맞먹는 인지도’를 가진 엄기영 전 MBC사장이 유력주자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민들의 표심은 점점 더 안갯속으로 그 모습을 숨겨가는 것이 이러한 민심을 보여준다.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됐고, 현재 진행중인 야권 단일화 논의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단일후보가 될 것 거의 확실시됨에 따라 이번 강원도지사 재선거는 두 전직 MBC 사장 사이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춘천고등학교와 서울대, MBC 사장을 거쳐 정계 데뷔까지 닮은 듯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승부수를 조명해봤다.

최문순 “엄기영의 한나라당 출마, 나라의 도덕적 기초 흔들었다” 맹공
엄기영 “최문순의 민주당 비례대표 발탁은 방송 장악 공로 때문” 역공

엄 “강원도에 한나라 필요” vs. 최 “한나라 도정 50년 결과 봐라”
이광재 동정론, 박근혜 동선, 삼척 원전 민심 향배 등도 주요 변수

▲ 최문순(좌), 엄기영(우) <사진=뉴시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더플랜과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진행해온 정기 여론조사(보름 단위)에 따르면,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와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월19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어왔다.

엄기영 후보는 2월19일 51%의 지지율을 최고점으로 기록한 이후 조금씩 하락하면서 지난 1일 47.6%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 조사된 <동아일보> 단발성 여론조사에서 45.4%를 기록한 것까지 감안하면 꾸준한 지지율 하락세를 이어온 셈이다.

반면 최대 21.7%p의 격차로 엄 후보를 추격해온 최문순 후보는 점차 상승세를 타더니 1일에는 40.3%를 기록하면서 7.3%p까지 격차를 줄였다. 물론 6일 발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8.3%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지만 조사기관의 특성과 조사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추세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실시돼온 정치 여론조사가 매번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지지율 사이에서 최소 10% 포인트 이상의 ‘허수’가 드러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원도 민심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명분과 인지도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더플랜>은 “엄기영 후보는 이미 높은 인지도 효과가 초기부터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최문순 후보는 민주당 강원지사 출마 선언 이후 언론 노출이 잦아졌고, 민주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 TV 토론 및 연설 등의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아직 야권 단일화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문순이 엄기영의 인지도를 넘어서기까지는 넘어서야할 산이 높다. 엄기영에게는 MBC 재직 시절 간판 뉴스인 <9시 뉴스>에서 수년간의 앵커 생활을 통해 형성된 ‘대통령 못지않은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엄 후보가 이번 4·27 재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지난해 6·2 지방선거나 7·28 재보궐선거 때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문순은 지난달 21일 “엄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앵커를 하신 분이고 저는 그동안 언론에 크게 노출이 안 돼 있던 사람이라서 인지도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최문순은 “엄 후보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고, 파리 특파원이라던가 정치부장이라던가 앵커라든가 이런 엘리트 코스를 방송사 내부에서도 밟아왔지만, 나는 출입처가 없는 <시사매거진2580>과 <카메라 출동> 같은 프로그램을 맡았고 노조 간부 등을 거쳐 와서 살아온 길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지도 차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왔느냐, 다시 말해 누가 더 서민과 가까운 사람이냐에 대한 호소를 통해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문순은 엄기영에 비해 자신은 ‘명분’에서 앞선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기영의 한나라당 입당 및 강원지사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던 2월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이 정치 윤리상, 또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도덕적 기초를 흔드는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이어서 “한나라당 역시 엄 사장을 그렇게 모욕적으로 쫓아내놓고 다시 불러다가 자신들을 대표하는 후보로 낸다는 것이 여당으로서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엄기영은 자신의 한나라당 선택이 강원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3월2일 한나라당 입당 및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부 압력으로 MBC 사장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팩트가 틀리다. 나는 쫓겨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퇴했다”며 “정부와 언론에 관해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든 것을 떠나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은 도를 위해서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창과 방패

최문순은 “엄기영이 민주당으로 온다면 기꺼이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말한 바 있을 정도로 엄기영과 개인적 인연을 넘는 끈끈한 뭔가가 있었지만 엄기영이 기어코 한나라당 출마를 강행하면서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엄기영의 출마 선언이 있던 날 최문순은 성명을 통해 “엄 전 사장은 자신을 탄압하고 쫓아낸 정당에 투항해 강원도백이 되겠다고 한다”며 “이는 강원도민은 물론이고 국민들 전체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문순은 “강원도를 위해 한나라당이 필요하다”는 엄기영의 주장에 대해 “지난 50년 동안 한나라당이 도정을 맡아온 결과 인구는 계속 줄고 경제는 피폐해져서 재정자립도도 전국 최하위이고, 구제역이나 남북관계 악화 등 살기 힘든 강원도로 전락했다”고 반박했다.

초반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던 엄기영은 최문순의 공세가 계속 이어지고 지지율 격차도 점차 좁혀지자 맞대응에 나섰다. 3월16일 “최 후보가 어떻게 사장이 됐고, 또 어떻게 바로 MBC 사장을 그만 두고 정치권에 들어갔는지 다 알고 있다”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어서 엄기영 후보 경선대책본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최 후보는 MBC 노조위원장과 언노련위원장을 역임한 뒤 내부 직급이 ‘부장 대우’에 불과했는데도 MBC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고 밝히며 ‘전례 없는 파격인사의 수혜자’라고 공격했다.

선대본은 특히 “최 후보는 MBC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당에 큰 기여를 하지 않는 한 이룰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직까지 넘겨받았다”며 “이는 민주당이 방송장악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최 후보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문순은 21일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이렇게 변죽을 울리지 말고 전부 공개를 해 달라.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자신있다”고 맞섰다.

이밖에 엄기영이 MBC 간판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 대해 “흠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최문순은 “엄 후보의 발언은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들린다”며, “언론사에 오랫동안 언론인을 지내신 분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인지에 대해 귀를 의심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후보보다 중요한…이광재와 박근혜

▲ 이광재(좌), 박근혜(우) <사진=뉴시스>

두 후보가 서로 공방전을 펼치며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사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강원지사 재보선의 최대 변수를 두 후보 본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는지 보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최문순 후보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으로 강원도민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최 후보는 민주당 강원지사 예비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강원도를 지키고 이광재 기사를 되찾아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후보는 2월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십 년 동안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강원도는 여러 가지 경제상황에서 퇴보했다”며 “이광재 지사를 계기로 정치적 각성이 일어났지만, (이 전 지사가) 박탈을 당함으로써 다시 옛날로 돌아갈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 전 지사의 지사직 박탈은 정치보복을 당한 것”으로 “그 자리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게 강원도민들의 인식”이라고 호소했다.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심을 얼마나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인 만큼 이 전 지사의 외곽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여당의 힘을 등에 업고 ‘지역발전론’을 앞세우고 있는 엄기영 후보측은 ‘선거의 여왕’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엄 후보는 3월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하겠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 스스로 판단을 내려서 좋은 선택을 할 것으로 본다”며 “동계올림픽에 대해 박 대표가 관심을 표현해준 데에 대해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며 내심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2차례의 강원도 방문에 대해 순수한 올림픽 유치활동이라며 선거 지원 성격으로 해석되는 것에 선을 긋고 있지만 그의 강원도 방문은 그 자체로 엄 후보 간접 지원 효과가 있어 민주당 역시 그의 강원도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3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도에 가서 ‘나는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국회 지도자인가”라고 견제했고, 차영 대변인도 23일 논평을 통해 “강원도 주민들이 구제역과 눈사태로 피눈물을 흘릴 때 말한마디 하지 않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세워서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수상하다”고 논평했다.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기점으로 연안 영동과 내륙 영서 간 소지역주의가 뿌리 깊은 지역인 만큼 영동지역 표심의 향배도 관건이다. 최 후보와 엄 후보 모두 영서(춘천) 출신이어서 두 진영 모두 영동지역 민심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영동 지역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영동지역에서 평창 출신인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 여론이 여전히 강한 점을 감안하면 영동 표가 최 후보 쪽으로 쏠릴 수도 있지만 삼척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엄 후보가 찬성, 최 후보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전망이 흐려진 상태다. 일본 원전 사태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형성되고 있지만, 원전 건설로 침체된 경제가 활성화되길 희망하는 민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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