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와 선거법…국회의원 김충환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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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와 선거법…국회의원 김충환이 사는 법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4.0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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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무효가 너무 많아? 기준을 완화하면 되지~
[매일일보=변주리·김경탁 기자] 15대 7명, 16대 12명, 17대 18명, 그리고 18대 21명.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화된 국회의원의 숫자이다. 해마다 의원직을 박탈당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수가 늘면서 빈자리를 다시 채우기 위한 재보궐선거 비용도 국가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공법은 반칙이 없는 정정당당한 정치문화를 만드는 것과 함께 선거법에 비현실적이거나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면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당선무효가 되는 기준점을 높여서 당선무효자 수를 줄이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제출돼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 심각한 부분은 이 법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본인이 기존 선거법에 의해 당선무효 위기에 처한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이 개정안을 제출한 명분이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방탄입법’ 아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빗발치고 있다.

당선이 무효화된 국회의원이 나타나 재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정치인들의 부패함과 부도덕성에 실망해온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비리를 면피시켜줄 입법에 골몰하고 있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거 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요건 대폭 완화 추진하다 역풍
명분은 그럴듯한데…대표 발의자 본인이 당선무효 대상자?

‘자기 구제 입법’, 국민은커녕 동료 정치인들 공감 모으기도 실패
잇따른 대오이탈과 눈치작전…김충환 “개정안 제출 철회는 없다”


만우절이던 지난 4월1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 21명이 선거 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 요건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다.

또 선거사무장과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의 요건인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700만 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선거 운동기간 전후 180일 이내에 행한 행위와 그 외의 기간에 행한 행위로 구분하여 처벌하도록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럴듯한 명분

▲ <사진=뉴시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충환 의원은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시 결과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제재 규정이 들어 있어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와 충돌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개정안 제출 취지를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이 목표로 하는 공정한 선거 문화의 정착은 선거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존중·보호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는 민주적 정당성과 합리성이 고려되지 않아 개별 법관의 양형 판단에 따라 국회의원직 박탈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에서부터 제기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참여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구체적인 당론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투명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의 의사를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 역시 “돈 안 드는 선거, 법 기준을 잘 준수하는 선거문화를 만드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치권의 책무”라며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법에 저촉되는 선거운동을 하기에 현행 선거법이 너무 가혹하니 이를 개정하겠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충환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은 17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요즘은 경범죄 벌금도 100만원, 200만원이 나간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십만 명이 관련된 선거에서 너무나 많은 고발이 이루어져 낮은 액수로는 재판 자체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현재 매년 봄, 가을에 보궐선거를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공직자들의 보궐선거를 계속하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낭비가 크고 선거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김 의원의 부인이 2009년 지역구에서 멸치를 돌리다가 500만 원을 선고 받아, 김 의원은 다음 총선에 출마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충환과 선거법의 악연’ 기사 참조>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물론 동료 정치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도 역부족인 듯하다.

발뺌 혹은 눈치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자 기존의 공동발의자 명단에 포함됐던 21명 중에서 ‘대오 이탈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당초 김충환 의원을 포함해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한나라당 16명, 민주당 1명, 자유선진당 4명 등 21명이 포함되어있었는데, 여기에서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과 민주당 홍영표 의원,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 등 3명이 발의를 철회했다.

우선 홍영표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신문 보도를 보고 이름이 포함된 것을 알았다”며, “경위야 어떻게 됐든 저는 그 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금권, 탈법 선거가 있는 정치 현실을 볼 때 그 조항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의원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중심인 진보개혁입법연대에서 활동하는 등 한나라당이나 선진당 쪽과는 그닥 친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무진이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과 착각해서 포함시켰던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실무진의 착오일 가능성은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경재 의원실 관계자는 4일 “이경재 의원은 당초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그쪽 실무진의 착오로 서명이 이뤄져 정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밖에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 측의 경우 아예 대놓고 여론이 안 좋아서 빠졌다는 점을 시인했다. 임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4일 “품앗이 차원에서 서명에 참여했으나 논란이 적지 않아 철회키로 한 것”이라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차마 발을 빼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의원도 있다. 한 매체를 통해 ‘서명을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된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은 7일 “어떻게 치사하게 혼자만 발을 뺄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 의원이 당 대표와 논의 후 개정안 철회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으니 잘 처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충환 의원은 같은 날 강석호 의원이 언급한 ‘당 대표와 논의 후 개정안 철회 검토’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그런 일 없다. 개정안 철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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