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은행, 주마간산(走馬看山)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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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은행, 주마간산(走馬看山) 지양해야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03.21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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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주마간산(走馬看山). 달리는 말을 타고 산을 훑어본다는 뜻으로 일을 ‘얼렁뚱땅’, ‘건성건성’ 해치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산업은행의 행보를 보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을 놓고 노조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엉성한 협상 자세로 노조는 물론 여론의 신뢰감마저 잃고 있다. 

현재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는 더블스타의 ‘먹튀’ 우려와 고용 불안 때문이다. 따라서 산은은 노조에게 고용 안정에 대한 신뢰감을 통해 매각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국책은행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은 산은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산은의 협상 태도를 보면 노조에게 신뢰감과 진정성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다. 

먼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노동조합 및 단체 협약 보장 부분’과 관련해 지난 19일 차이융썬 회장이 칭타오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들어본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사측과 채권단은 노조에게 “더블스타가 3년 고용 보장과 함께 이른바 ‘3승계’(고용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차이융썬 회장의 ‘모른다’ 답변은 채권단과 협상을 준비 중이었던 노조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다음날 노조가 산은과 더블스타가 매각 선행 조건으로 노조의 ‘파업 미존재’ 조항을 포함한 것을 발견하면서 산은의 협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노조가 공개한 문건에는 “본건 거래(해외 매각)를 반대해 1주일을 초과한 또는 회사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선행 조건은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가 완결 때까지 충족시켜야 할 조건을 말한다.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 당사자는 아무런 패널티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즉 더블스타 측에서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일 시 계약을 무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산은이 더블스타로의 매각 방침을 발표할 당시엔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산은의 진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산은으로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보고 받지 못해 대우건설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검토 당시에는 없던 대우건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의 기자재 제작에 따른 잠재 부실이 공개됐다.

산은은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책은행이라면, 해명은 최대한 줄이고 진중한 협상을 통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산은은 ‘어떻게 하면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일을 잘 끝낼 수 있을까’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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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18-03-21 11:58:19
상황을 알고 기사를 쓰시는 건지 아니면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 건지 고민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쓰신다면 기자가 아닌 작가를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