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승계문제에 MB까지 ‘외우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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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승계문제에 MB까지 ‘외우내환’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8.03.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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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개막비용은 최대 4조원
정부, 순환출자·일감몰아주기 압박
MB정권 특혜 의혹 수사과정 촉각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맞물린 후계 승계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MB정부 시기 정경유착 의혹이 급부상해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팔순을 넘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을 필두로 하는 재벌 개혁은 후계 승계와 직결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열사 순환출자 해소를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고 집중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데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자발적 개선계획을 재계에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구조를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율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 두 부자는 미미한 지분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실제로 그룹의 주요 순환출자인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에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을 20.78%, 현대차가 기아차 주식을 33.88%,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16.88% 보유하면서 각각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순환출자에서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만 각각 6.96%, 5.17% 소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주식을 1.74% 소유할 뿐이다.

이외에도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등 다른 고리가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직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후계 승계 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 부회장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16.8%를 인수하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4조5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문제다. 정 회장이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상속하고 증여세를 납부하는 방법도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과 현대모비스 지분을 넘길 경우 2조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해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다.

지난 16일 현대차 주총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한 개인투자자는 정부의 순환출자 해소 압박에 현대차의 대책을 물었지만 현대차 측은 주총에 상정된 의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현대차그룹에게 부담이다. 공정위는 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 요건을 비상장사와 동일하게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은 특수관계인 매출 비중이 각각 70%, 60% 이상이다. 다만 두 회사는 특수관계인 지분이 30%를 밑돌아 그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재계 2위답지 않은 꼼수가 드러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23.29%, 정 회장이 6.7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두 부자의 지분을 합치면 30%지만 전체 발행주식에서 단 9주가 적어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노션은 정 회장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27.99%, 정 부회장이 2% 지분으로 29.99%를 유지 중이다.

최근 사정기관의 MB정부 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관여됐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와 향후 수사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자동차부품 전문업체 다스(DAS)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인 회사로 보고 있다. 다스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재계로부터 뇌물을 제공 받았다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MB 비리 수사와 연루된 의혹은 우선 정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로 다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형이 확정됐지만 2008년 8월 MB정부 당시 특별사면을 받았다. 해당 시기는 다스가 현대차그룹 물량으로 사세가 급성장하던 시점과 겹친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은 그룹 전반적으로 외형이 급증해 다스를 포함한 모든 협력회사가 성장하던 시기"라며 "다스만 특별 대우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룹 계열사 한 곳을 다스에 넘기려 했던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참여연대는 2009년 현대차그룹이 현대엠시트를 다스에 매각 시도를 했다는 계약서를 공개했다. 해당 계약은 다스가 최종 계약 직전 더 파격적인 특혜를 요구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 제기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 사면과 매각 논의가 내부적으로 있던 시점은 2년 가량 차이가 나 두 사안을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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