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고객유치 위해 웃돈(?) 건네다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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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고객유치 위해 웃돈(?) 건네다 ‘적발’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3.3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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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가입 하면 3만원 드려요” 영업하다 금감원 주의 받아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외형확대에만 급급한 카드업계들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영업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단기 영업목표 달성을 우선시하고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카드사도 늘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불법모집 사례가 적발되는 등 신용카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제 2의 카드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대란의 데자뷰현상이 나타나자 여신금융협회와 합동기동점검반을 운영하는 등 불법모집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최근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카드업계를 향해 지나친 단기성과주의를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카드 일부 모집원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웃돈을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롯데카드 외형확대 위한 고객유치 혈안, 불법영업하다 금감원 ‘주의’ 받아
롯데카드 “불법영업은 와전된 것, 일부 설계사 문제지 회사 문제 아니다”

롯데카드가 신규 가입 카드를 만드는 고객에게 웃돈을 건넨다는 제보가 들어온 건 3월께다. 지난 3월29일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카드 설계사들이 카드를 새로 만드는 고객들에게 3만원을 건넸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3월초 현장 검증에 나섰다”며 “3만원을 건네는 현장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제보가 여러 건이어서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3만원 미끼로 한 불법 카드 모집 행태

제보는 꽤 구체적이다. 롯데카드 일부 모집인들이 같은 계열사인 롯데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금 3만원을 미끼로 불법 카드 모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모집인들은 현금 지급 조건으로 발급 후 첫 한 달 10만원이상 사용, 해지는 6개월 이후 등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문제가 된 지점은 구일역 주변에 있는 롯데마트 구로점과 영등포시장역 주변에 있는 롯데마트 영등포점으로 이들은 주변 사람 소개시 1만원의 소개비를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내놨다고 한다. 불법카드 모집행위는 인터넷상에서도 성행하고 있었다. 

‘카드 신규 발급시 현금 지급이 얼마나 가능한지 연락해 달라’는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도 모집인들이 카드 발급 댓가로 현금을 지급하고 있음을 알리는 한 예다. 금감원은 3월 중순 롯데카드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갔고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주의’를 줬다.
 
금감원의 주의조치 이후, 롯데카드는 설계사들이 있던 장소를 3일 동안 철거한 뒤 개선안을 내놓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선안은 뜨내기 모집인이 아닌 롯데카드 소속 전담 모집인을 두겠다는 것으로 차후 같은 일이 번복되지 않도록 추적을 통해 누군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좀도둑 소탕 못한 것이 우리책임?

<매일일보>은 지난 3월29일 문제가 된 두 지점을 직접 찾아가 봤다. 다행히 주의조치이후 불법영업은 더 이상 행해지지 않았다. 모집원들은 “금감원으로부터 불법영업이라는 주의를 받아 더 이상은 돈을 주고 카드가입을 하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내 직원들은 그동안 롯데카드가 3만원을 주고 카드신청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롯데마트 직원들은 “그동안은 그렇게 했으나 지금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말로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롯데마트 내 직원들과는 달리, 롯데카드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금감원 관계자가 와서 현장을 조사했지만 불법영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며 “금감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건 맞지만 문제가 있었으면 주의에서 끝났겠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그러한 얘기가 들리는 곳은 많다”며 “문제가 있어도 일부 설계사의 문제지 회사의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전국적으로 2만7000명이나 되는 모집인들을 일일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는 해명이다.

심지어 일부 불법영업을 하는 설계사들을 좀도둑에 비유하며 “좀도둑을 소탕 못한 것이 우리 책임은 아니지 않냐”며 “롯데마트는 매주 조례를 통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지도점검이나 현장점검을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이러한 해명에도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우선 직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관리자가 몰랐다는 점이다. 롯데마트 내 일부 판매직원 중엔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일정기간동안 불법영업이 성행했다고 털어놓은 반면,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를 몰랐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주의가 있고 나서야 전담모집인을 두는 등 처음부터 전담 모집인을 두지 않은 것 역시 롯데카드가 내부통제를 소홀하게 했음을 드러내는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 금감원장 우려 그대로 실천한 롯데?

한편, 전문가들은 롯데카드와 같이 카드사들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고객을 유인하는 이유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현금서비스 이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카드업계를 향해 “불건전 영업행위는 엄중조치 하겠다”면서 “지나친 단기성과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최근 신용카드 시장의 위험요인을 언급하고 외형확대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김 금감원장은 건전한 모집질서 확립, 합리적인 부가서비스 제공, 카드대출 리스트관리 강화, 단기 성과주의 지양 등 구체적인 방침까지 제시했다. 무리한 외형확대 경쟁이 고위험자산의 급증으로 이어져 추후 부실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 감독을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엔 박상훈 롯데카드 대표도 참석해 롯데카드가 전 금감원장의 우려를 무시한 채 그대로 실천한 셈이 됐다.

롯데카드는 박 대표 취임이후 2년 동안 취급액 기준으로 업계 7위에서 5위로 2계단 뛰어올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06억원으로 신한, 삼성, 현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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