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워라밸에 보이는 삶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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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워라밸에 보이는 삶의 ‘온도차’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8.03.1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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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이라 불리는 워라밸. 모든 이가 그리고 또 그리며 그러한 세상을 마주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직장인들도 이직을 고민할때는 워라밸을 반영하는 시대다. 돈보다 회사의 근무시간이나 복지를 선택하는 문화 같은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다. 물론 나이, 능력 등 소위 연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의 커리어에 맞는 범위 내에서 저울질할 수 있다.

기자도 워라밸을 중요시 생각한다. 10여년의 직장생활은 빡빡한 일의 테두리 안에서 시원하게 벗어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에 있어 일이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기에 신조어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에 의구심이 들었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워라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과 삶이 균형을 이뤘다고 답한 직장인은 40.3%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성별로는 여성(44.4%)이 남성(37.9%) 보다 조금 높았고, 근무 기업별로는 △공기업(59.5%) △외국계기업(58.6%) △대기업(44.6%) △중소기업(38.1%) 순으로 나타났다.

공직사회에서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시켜준다. 또 남은 연가 일수를 활용하는 ‘연가저축’은 10년까지 가능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장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외국계기업과 대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휴가제도 개편 등 메뉴얼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연한 근무를 제시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직원 복지 강화로 기업문화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워라밸의 안착은 고사하고 야근과 잔업에 시름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로 극심한 온도차를 경험하고 있다. 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금형 제조업체 A 대표는 “근로자 고충도 알지만 경영자도 각종 노동현안과 맞물려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산업구조로 변화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소상인들의 ‘워라밸’은 어떨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과 삶의 균형도 및 만족도 조사’를 종합해보면, 소상인들이 느끼는 일과 삶의 균형도는 41.8점에 불과했으며, 만족도는 50점대에 그쳤다.

특히, 하루 평균 11시간의 노동과 1.4시간의 개인생활은 9대 1의 비율이라는 낙제점 수준이었다. 대나무처럼 굳어버린 정체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한 일로 두둑한 살림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그 안에 개인생활을 누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워라밸 실태는 삶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으로 그려졌다.

사실상 돈과 일에 쫒겨 시간까지 낭비하는 직장인과 소상인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관리하며, 자신들만의 성과와 값진 워라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워라밸을 국정 운영 주요과제에 포함한 만큼, 산업 전반에 기업 근로자 모두가 삶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혁신적인 워라밸 문화 정착에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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