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민주당 손학규 대표 라디오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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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민주당 손학규 대표 라디오 연설문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03.30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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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민주당 손학규 대표 라디오 연설문>

국민 여러분, 지난 3월11일 이웃나라 일본에는 초유의 자연재앙이 찾아왔습니다. 일본 국민에게 닥친 시련에 대해 우리 국민이 보여준 따뜻한 인간애와 포용정신은 놀랍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지 일본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끝나고 있지를 않습니다. '핵재앙'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현장에서 플루토늄의 유출까지 확인되고 있어 이제 핵 재앙이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일주일 전, 지난 23일 강원도에서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이어 서울은 물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능 오염흔적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방사능 물질들은 일본에서부터 태평양을 지나 유럽까지 가거나 러시아 등을 돌아서 한국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과학적으로 한국으로는 올 수 없다던 방사능 낙진들이 한반도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작은 재주는 무력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 지구환경에서 핵 재앙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재앙 중에 가장 큰 재앙이 돼가고 있습니다.

이미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도 핵발전과 관련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 미국의 스리마일 핵발전소를 포함해 영국, 일본 등 주요선진국에서 방사능 사고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4월 울진 원전 4호기에서 방사능 냉각수가 유출되는 1등급 사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또한 방사능재앙의 가능성을 직접 겪은 바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체르노빌 발전소는 서울에서부터 8000㎞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체로노빌 사고 이후 그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무려 일주일 동안 한반도 상공을 뒤덮었다고 합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몰랐던 것입니다. 이후 환경단체들은 체로노빌 방사능 낙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갑상선 암 발병률이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능성이 적다는 말은 더 이상 우리가 믿고 따를 지혜가 아닙니다. 모든 재앙은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재앙이라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일어나는 재앙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것은 되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됩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스스로가 만들어 낸 기술로 인한 파멸과 대재앙의 가능성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핵 발전 역시 인류를 파멸시킬 힘을 가지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핵과 관련된 모든 국가 정책을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이제 모든 최악의 가능성을 상정하고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도 '괜찮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킬 때가 아닙니다.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비과학적 발언을 대통령이 나서서 할 때가 아닙니다. '바람만 믿어라'라는 말은 정부가 국민에게 들려줄 말이 아닙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국민을 핵재앙의 위협으로부터 최선을 다해 차단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미 선진국들은 핵에너지 시대를 종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은 일본은 물론, 독일 역시 낙후된 7기의 원전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 건설계획을 갖고 있었던 중국은 신규 원전 27기 전체의 건설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스위스도 신규 원전계획을 보류했습니다. 특히 독일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며 '원전 없는 새로운 에너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핵에 의존한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부르짖으며 추진하는 핵에너지 정책은 커다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명박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한국이 2024년까지 원전 14기를 더 짓고 원자력 발전의 전력충당률이 50%에 이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핵 발전 1위국이 됩니다.

이것은 핵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전 세계적 우려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과거지향형 가치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됩니다.

'핵'과 관련한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만 밀어붙이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환경은 경제논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핵 발전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한 과제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 핵 발전 관련 모든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공개하기를 요구합니다. 또 설계할 때 목표했던 수명을 다한 고리발전소 1호기 등 노후발전소 폐기를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나아가 핵 발전 중심의 에너지공급 계획 등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고에너지 수요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탈핵, 비핵 성장정책의 길을 검토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인간의 선택 속에서 만들어져 왔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대재앙의 위험은 우리들에게 핵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전면적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의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예상 가능한 모든 형태의 핵사고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앞으로 안전과 환경을 우선 순위로 하는 핵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원자력 시대의 종결을 준비하고 이에 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재앙에 대해 오만해서는 안됩니다. 환경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에 대한 저희의 책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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