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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세폭탄 던진 트럼프의 노골적인 속내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외국의 공격적 무역관행이 미국 산업을 파괴했고, 이는 우리에 대한 공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취임식에서부터 “AMERICA FIRST”(미국 우선)를 주창한 그는 아쉽게도 그의 공약들을 잘 실천해오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지난해 1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진행 중이다.

이번 관세 조치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의 현장인 서명식에 철강 노동자들을 초대했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는 과거 유사한 조치들보다 더 강력하다. 미국은 1984년을 시작으로 1999년, 2002년까지 철강에 대해 지금까지 세 번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렸다. 통상법 201조에 근거한 세이프가드가 특정물품의 수입을 긴급관세나 쿼터제 도입 등으로 규제하는 것이었다면, 무역확장법 232조는 완화 또는 철폐 조치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조항이다.

사실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의 조치들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물론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미국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에 1%에서 2016년 10%로 급증하긴 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반도체·자동차·석유 정제 분야 등에서의 수출도 늘었다. 또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감소는 외국의 대미 수출 공세보다 조립 과정에서 자동화·기계화 확대 영향이 크다.

그러나 지역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선거구 전체에서 이기는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대선 당시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미국 중서부 지역과 러스트벨트 지역의 지지자들을 의식해야 했다.

또 하나, 대외전략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외무역은 필연적으로 국가 간 종속과 영향력 관계를 창출한다”는 말처럼 관세 부과 등 경제정책 수단들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국가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경쟁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굴기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이야기다.

우리로선 단기적으로는 이번 관세 조치가 다른 산업에 추가로 발동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공화당지지 지역의 주력 ‘산업’과 ‘제품’을 꼼꼼히 살피고, 한미 FTA와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때 미국측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예측해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해두고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무역시장에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한 내수시장을 키우는 전략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박숙현 기자  uno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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