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민폐’ 끼치는 회장님들~
상태바
회사에 ‘민폐’ 끼치는 회장님들~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5.11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장은 ‘문제’ 일으키고 직원들은 ‘경영’ 걱정, 그룹구심점 아닌 ‘스캔들 메이커’?

홍보팀, 법무팀, 회장님‘바람막이’ 역할에 전전긍긍
총수 개인비리 기업이미지 추락, 주가에도 영향 미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수사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하고 김 회장 구하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빗나간 부정으로 시작된 총수의 개인사는 한화 전 계열사의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며 그룹 전체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한 기업의 구심점이 되고 중심이 돼야 할 회장들이 오히려 개인적 문제나, 비리로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적지 않아왔다.

국내 굴지의 삼성,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이건희 회장 부자의 에버랜드 편법증여 의혹, 정몽구 회장 부자의 경영권 승계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회사와는 관련 없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대물림을 둘러싼 ‘과욕’에서 비롯된 것. 심지어 두산그룹 오너일가의 ‘형제의 난’은 ‘재산’과 ‘경영권’을 두고 한 집안 형제들끼리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난투를 벌여 ‘두산’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총수들이 일으키는 이런 문제에 대한 뒷감당은 결국 회사와 그 직원들이 져야 한다는 것. 그룹 비서실, 홍보실 등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부서 관계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말단 직원에서 임원에 이르기까지 숨 막히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총수와 회사 살리기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화, ‘김승연 구하기’ 올인...일손 놓은 채 ‘뒤숭숭’

한화그룹은 현재 최악의 사태인 김 회장 ‘구속’까지는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서실, 홍보실, 법무실을 중심으로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분주한 상황이다.

홍보실에서는 연일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하는 것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 회장을 조금이라도 옹호하고자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경찰에 출두했던 지난달 29일 한화 홍보실은 김 회장의 인간적 면모를 담은 A4 용지 14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김승연 회장의 부정은 이 시대 사라진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홍보실 직원들은 또 김 회장이 출두해 조사를 받았던 남대문 경찰서에 출동하는가 하면, 지난 1일 경찰이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곳에도 급파돼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법무실은 소속 변호사들 10여명이 김 회장의 법적 대응논리를 개발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정석 법무실장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소속 변호사 2명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김 회장 구속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김 회장이 회사의 업무와 전혀 무관하게 발생한 개인적인 법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유용하는 것”이라며 소속 변호사들을 회사로 복귀시키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그룹 관계자에게 문책과 형사고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 부서만이 아니다. 그룹 본사를 비롯해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김 회장 사건으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 일부 계열사에서는 김 회장을 구하기 위해 직원들이 ‘탄원서’를 작성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이처럼 김 회장 개인의 문제가 그룹 전체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정상적인 경영 또한 힘든 상황이다. 경영기획실의 금춘수 부사장을 비롯해 4명의 부회장단이 주축이 돼 경영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사건의 여파가 워낙 커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한화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과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인해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만회하고자 올 초 기업통합이미지 작업을 하는 등 새 출발을 다짐했다.

‘글로벌 한화’로 도약하겠다는 각오 아래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했지만,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사태가 이렇듯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 개인 일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창피해 죽겠다. 회사 전체 이미지로 번질까 걱정된다 ”는 볼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회장 실명이 거론되며 언론에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화 계열사 주가 역시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김 회장이 경찰 조사를 마친 지난달 30일 한화증권(-3.95%), 한화석유화학(-0.94%), 한화타임월드(-2.95%), 한화손해보험(-3.42%) 등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편법승계 의혹...반 삼성 여론에 기여(?)

국내 재계를 움직이는 삼성그룹 역시 이건희 회장 일가의 문제로 몇 년 째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의혹은 여전히 공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은 이 회사 이사회가 지난 96년 10월 CB 발행을 결의하고 두 달 뒤 CB 125만여주를 이재용 전무(당시 상무) 남매 4명에게 배정하면서 주당 최소 8만5천원대로 평가되던 CB를 주당 7천700원이라는 헐값에 넘겨 결국 회사에 97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요지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3%,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지분 46.85%,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 25.64%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즉 에버랜드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삼성전자 등 핵심계열사 지분을 소유, 그룹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에버랜드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그룹 지배권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지난 96년 말 이 전무는 CB를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고, 그룹 경영권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 6월 법학교수 43명은, 이 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이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에버랜드 CB발행을 공모했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 33명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5년 여간의 검찰 수사와 재판 끝에 2005년 10월 재판부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에버랜드 CB를 이 전무에게 넘겼다’고 판결했다. 또 이 전무 남매에게 저가로 CB를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 현직 사장들에게도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항소한 뒤 보강수사에 들어가 이 회장이 에버랜드CB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즉 그룹의 경영권이 바뀌는 결과를 낳은 에버랜드 CB의 처분에 대해 총수인 이 회장이 모를 리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

물론 아직까지도 이 회장과 이 전무는 삼성의 막강한 법무팀을 동원해 검찰의 소환조사를 피해가고 있지만, 에버랜드 CB사건은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이처럼 이 회장 일가의 편법 대물림 의혹으로 인해 삼성은 국내 경제를 먹여 살리는 효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재벌 기업보다 반(反)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 삼성을 말할 때 ‘국내 최고의 기업’,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과 함께, ‘삼성공화국’, ‘황제경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동반되는 것 역시 이 회장 일가의 지배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몽구 회장 징역, 현대차 마이너스 성장 ‘울상’

현대차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편법’ 의혹으로 인해 회사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경우다.

지난해 3월26일 검찰이 현대차 양재동 본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현대차 사태도 사실 상 글로비스 등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오너 일가의 편법 지분승계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었다. 현대차 본사 신사옥 증축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에 초점을 둔 것처럼 보였던 검찰 수사는 갈수록 그 범위가 확대돼, 정 회장의 비자금 의혹 및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결국 정 회장은 계열사 임원과 공모해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696억원을 횡령, 자신의 개인보증 채무를 회피하고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뜩이나 내수시장이 침체에 빠져있고, 해외시장 또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정 회장이 구속 수감되고, 징역형까지 받게 되면서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현대차는 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던 지난해 6년만에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내수와 수출에서 판매량이 줄면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 박용성 전 회장 일가 다툼에 그룹 해체설까지 나와

그런가하면 두산 박용성 전 회장 일가는 지난 2005년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했다.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 오너 일가의 1천7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폭로하면서 비롯된 형제간 다툼이 끝없이 계속되면서 109년 최고(最古)기업 ‘두산’의 이미지 또한 추락했고, 일각에서는 그룹 해체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당시 형제의 난 핵심인물이었던 박용오, 박용성, 박용만 형제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최근 박용성 전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경영전면에 복귀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공방을 벌이는 동안 두산 직원들은 이에 대한 뒤치다꺼리와 함께 그룹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야 했다.

한편 삼성 이재용 전무의 장인인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역시 회사 공금을 유용하는 비리를 저질러 자신이 돌봐야 할 기업에 피해를 주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일이 있다.

2005년 당시 검찰 조사 결과 임 회장이 회사로부터 빼돌린 돈은 모두 219억원. 임 회장은 지난 1998년 대상그룹의 서울 방학동 조미료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 매립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장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폐기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16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 군산 공장을 신축하면서 공사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다시 54억원을 빼돌린 바 있다.

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005년 7월 구속 기소되자 곧바로 그룹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당시 5천283억원이던 시가총액은 한달만에 4226억원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지나친(?) 자식사랑이 불러온 ‘보복폭행’을 비롯해 경영권 편법 대물림 의혹에 이르기까지 재벌 회장님들의 다양한 개인 비리는 자칫 기업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