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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가피하다’는 가격인상에 대한 항변

[매일일보 안지예 기자]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

식음료업체들이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쉽게 납득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듯 보인다. 체감이 빠른 먹거리 가격이라 100원 인상에도 반발이 더욱 심하기도 하지만 과연 정말 부득이한지에 관해 품는 의구심도 상당하다.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식료품, 생활용품, 외식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각종 햄버거·치킨·커피 프랜차이즈, 대형 식음료 기업들이 가격을 올렸다. 이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로까지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우선 이들 업체가 내놓는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대부분 기업들은 원재료값 상승을 가격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반대로 원재료값이 하락했다고 해서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는 없었다. 실제 여러 시민단체들은 가격 인상과 원재료값의 관계를 두고 꾸준히 의혹을 제기했다.

가격 인상 시기도 묘하다. 이른바 ‘사회적 혼란을 틈탄 가격인상’은 늘 비판받아 온 문제다. 대선과 황금연휴가 겹쳤던 지난해 5월에는 이같은 움직임이 정점에 달했다. 당시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혼란스러운 틈을 탄 근거 없는 가격인상은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시장 형태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독과점 시장에서는 ‘배째라’ 식의 가격인상이 종종 이뤄진다. 보통 점유율 우위를 점한 업체는 가격 인상 선봉에 서고, 그 횟수도 타 업체에 비해 잦다. 그야말로 눈치 보지 않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인 셈이다.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한 일부 업체의 영업이익은 몇 년 째 고공행진 중이다. 물론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불가피했다’는 말 이후에 따라온 수치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반면 소비자들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는 17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지출할 수밖에 없는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곳엔 점점 지갑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기업은 배부르고 소비자 삶은 고달파지고 있다. 과연 가격 인상 수준이 합리적인지 되돌아봐야한다. 정부도 인상 요인 적절성, 과점시장에서의 담합 문제 등을 모니터링하고 물가잡기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

안지예 기자  ahnjy@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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