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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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부동산 대책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8.03.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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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만을 공략한 졸속 대책으로 시장 혼란 가중 지적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우리나라 국민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시대가 변했어도 아직까지 우리 국민에게 집은 내 삶의 전부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투자’의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집’은 삶이자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우리 생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경제의 기본 논리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부동산 시장에서 통용(通用)되지 않으면서 '양극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역대 정부가 집 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해결한 정부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집 값 대책을 논했던 참여정부에서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도 부동산 정책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에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이에 따른 양극화도 심각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아파트 가격 인상 폭이 전국 33.77%, 서울은 56.58%를 기록했다. 심지어 강남은 66.95%에 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종부세를 신설해 45만여 명으로부터 연 3조원 남짓한 세금을 거두면서 심각한 사회혼란과 조세저항에 부딪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08년 이후 부동산 정책을 18회나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8·2 대책, 9·5 후속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네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재건축 연한 강화, 보유세 강화 등의 추가 대책도 예정돼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핵폭탄으로 통하는 ‘보유세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벌써부터 부동산 보유세 인상 방침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높다. 대부분은 부동산 가격 양극화,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을 제기하며, 보유세 인상 방침은 시장 원리를 외면한 정책이라는 등의 평가가 잇따른다.

나오는 정책마다 ‘초강력’, ‘역대급’, ‘핵폭탄’ 등의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강도가 셌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이 웨이’ 중이다. 실제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매매가는 한주동안 0.31% 상승했다. 반면 지방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졌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우려는 ‘선거’라는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시기적으로 정부의 보유세 정책 드라이브가 6월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비강남권 단지의 반발이 거세지자 자유한국당이 이를 옹호하며 정부 규제에 맞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선거’를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말로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면 주지해야 할 것이 있다. 부동산은 선거의 재물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우리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안이자 아직 대부분의 국민에겐 삶의 전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유권자는 정치권이 내놓는 정책이 표심을 공략하는 정책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당장 표심을 공략하는 근시안적 방안보다는 중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도 유권자를 위해서도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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